"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들고 가는 양산에 몇번이나 위기를 넘긴 아들이
양산을 빼앗아 들고 옆에서 걸으며
연신 해대는 소리다.
"왜? 뭐가? 왜그러니?"
너무 잦은 그애의 죄송하다는 소리가 거슬려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턱을 치켜 올린 채로 아들과 눈을 맞춘다.
갑자기 멈춰선 나의 팔을 손으로 잡더니
한쪽으로 물러서며 길 복판에 서 있지 말라 한다.
다른사람들에게 제몸이 부딪히니 미안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아니 그럼 장날이라 북적거리는 틈새를 지나려면
어쩔 수 없는거지, 그렇게 일일이 죄송하다면
어떻게 장엘 다니니?"
"그래도 부딪히고 모른체 하는건 좀 그렇잖아요? 몇달동안 버릇이
되어 버려서 나도 모르게 ....저, 이상한가요?"
육개월만에 보는 아들이 시차 적응으로 잠이 안온다며
내가 움직이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나를 의아하게 한다.
국멸치 한상자를 사니 냉큼 받아들고,
"감사 합니다, 많이 파세요!"를 하더니,
계산이 끝난 고구마순을 덥석 들고 돌아서며
"고맙습니다, 많이 파세요."한다.
듣기도 편하게 자연스레 그애 한테서 나오는 인삿말이
조금은 낯 설면서도
더 밝아진 인삿성이 듣고 있을수록
옆에 따라 다니는 나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좋은 습관을 배워 왔구나.
개인주의가 발달해서 남에겐 조금의 피해에도 미안해하고
작은 것에도 고마움을 나타내는 그네들의 관습중
제일 좋을 배워 왔구나.
전역을 하고 일년이 가까운 공백기간을
미국의 이모댁이나 다녀 오겠다며 떠났던 작은 아들이,
긴머리를 하고 나타나면서,
공항에서 기다린 내게 실망을 먼저 주었는데,
머리 깎는 값이 대단해서 기회삼아 한번 길러 보았다며
며칠만 있다가 깎겠다는 아들의 설명을 듣고는,
안으로는 많이 성숙 되어 온것 같아서
팔불출 어미는 또 속으로 흐뭇하다.
내 둘째번 애인, 작은 아들.
옆에 서서 걸으면서, 시골에 가는 차안에서,
저녁 어두워 질때까지 나를 도와 고구마순을 심으며,
어미와 만나지 못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많이 들려 주느라
한시도 입을 쉬지 않는 아들과 온종일을 붙어 지내면서,
어미 배려하며 움직이는 몸 놀림에 고마워서,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밤에나 겨우 만나게 되는게
속으론 나혼자 서운 했던 몇개월전의 일을
나는 벌써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네들의 좋은점과 나쁜점들을
내게 들려 주면서 어학원에서 만난 여러나라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했다.
가을학기 복학을하면 열심히 해서
한번더 나가 보고 싶다고하며 처음으로
공부라는걸 재밌다고 생각해 보았다고 했다.
별꼴이구만, 공부가 재밌다니.
아들 둘 키우며 처음 들어본 말이라서 믿기우지 않지만
아들에게 늘상 속는 어미는 또,
귀가 즐거워 지더니 마음까지 흐뭇하다.
친구들집에 일일히 전화해서
친구 부모님들께 돌아 왔다는 인사를 하는 아들을 보며
짧은 시간에 많이 커진것 같아 뿌듯하다.
늦게야 잠이든 아들의 방을 열어 보고 나오는데
텅 비었던 집안이 갑자기 북적 거려지는것 같아서
성질 급한 나는,뭘부터 해야 할까 싶어
마음이 분주 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