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일 모두 던져버리고 그렇게 친구와 나선 어제.
갑자기 전화로 어디든 다녀왔으면 좋겠다는 친구의 말에 그러자고
약속을 하고는 친구를 태워 길을 나섰다.
사실...
요즘 좀 피곤하다는 핑게로 집안이 말이 아니다.
늘상 보이는 곳만 겨우 치우고, 반찬도 대충 있는 것에 찌게하나만
겨우 올리고는 마는데, 다행히 아무도 투정을 부리거나 숟가락을
중간에 놓는 식구가 없어 좀 미안한 마음이 더 들곤한다.
성격상 대충하는 건 싫어 하는것을 잘 아는 가족들인지라..
그냥 내놓는 반찬에 슬며시 변명거리라도 만들라 치면,
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거라며, 한그릇씩 해치운다..
참 고맙다..
밀린 집안 일도 하루쯤 더 미루기로 하고,
회사에는 급한 사정이 생겨 휴가처리를 부탁하고는 친구를 태워
목적지도 없이 그냥 나섰다..
가다보니 작년 가을 단풍이 무척 아름답던 청평의 그 길이 생각났다.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라고 이름 붙여진 그 길은 구비 구비 산길로
길을 냈는데 제법 높이도 높고, 길 아래로는 낭떠러지라 아찔하기도
하다. 산에 피어있는 진달래며, 산 벚꽃나무가 한창이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인지, 평일이라서 인지 차량도 거의 없어
한적하기가 말할 수 없다.
친구는 한동안 누구에게도 연락을 끊고 있었다.
친구 남편이 하던 일이 잘 안돼서 많은 경제적 손실은 물론
앞으로도 갚아 나가야 할 채무가 만만치 않았다.
아이들과 자신은 우선 친정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남편은 지금
남편친구와 지방으로 일을 알아보러다니고 있다고 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액수의 돈을 잃고 너무 많은 빚이 생겨 정신을
차릴 수 가 없었다며, 지금도 너무 막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들만 보면 앞으로의 일이 까마득하다며 눈물짓는다..
연락이 두절되었던 한 달여간...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겨우 통화를 하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한번 만나자는 얘기를 하고...
절친한 동창들 몇이서 얘기가 오가, 친구에게 얼마간의 돈을 보냈다.
그 돈으로 당장의 필요한 몇가지를 사고, 나머지는 가지고 있는데,
그 돈을 볼때마다 울었노라고 한다.
나 역시 더 큰 도움이 되지못해 속상하고 눈물이 난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진흙탕에 빠지기도 하고, 우산도 없이 소낙비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친구는 지금 그 진흙탕이 차라리 좀 더 빨리 와서
그나마, 좀 기력이 있고, 아이들이라도 더 어렸다면, 좋았겠다고 한다. 지금은 좀 벅차다고...
친구의 한숨과 눈물을 제대로 볼 수 없고,
변변한 위로나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할 뿐이다...
왜 난 이리도 못났는가...
이럴때 무슨 말이든 좀 맘이 놓이고 그런 말은 없을까...
그저 손수건이나 건네고만 앉아 있는 못난이는 첨 본다..
이런 바보가 바로 나 아닌가...
마냥 답답해 지는 마음에 이렇게 라도 두드려가며, 나 자신을
야단치고 싶어진다...
지란지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