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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속의 붕어 두마리


BY 쟈스민 2002-05-20

어느날 저녁 남편의 손에 들려진 까만비닐봉투 ...
저건 또 무엇일까? 잠깐동안의 궁금함은 짧기도 해라 ...
그것은 붕어란다.

에그머니 물컹하니 손에 잡히는 그 느낌부터가 심상치 않다.
그나 저나 이거 어떻게 해 먹는 거래요?
평소에 민물생선은 별로 해 먹어본적이 없는 나였기에
봉지를 받아들면서도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언젠가 시댁에 갔을 때 이웃에 사시는 분께서 주신 것이라며
별미라고 해 주셨던
바로 그 붕어찜을 기억해 내기에 이른다.

이미 저녁을 먹은터라 일단은 그냥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
빠르게 시간은 흐르고 내 손길 기다리고 있는 붕어를 어떻게든 요리해야 했다.

팔뚝만한 붕어는 자그마치 네마리나 되었다.
색깔도 거무튀튀한 것이 미끌미끌 ...
도무지 손으로 만지기가 그랬다.

그래도 어째, 누군가가 몇시간을 낙시대 드리우고 건져올린 것을
붕어찜 좋아하는 애들 아빠 생각해서 주었으니...
도마위에서 날 쳐다보는 붕어가 애처롭다.

인터넷 요리자료를 찾아 보려해도 도무지 유명한 식당 소개만이 나온다.

그냥 어머니께서 해 주시던 그 맛을 더듬어 서투른 요리를 시작할 기세 ...
다행스럽게도 남의 집 아내에 대한 배려 덕분인지
내장과 비늘은 모두 제거되어 있었다.

무우와, 시래기를 냄비 바닥에 깔고, 붕어 두마리를 눕히니
제법 넓적한 냄비가 꽉 찬 느낌이다.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하여서는 생강과, 들기름이 필수라는
남편의 조언을 받아들여 정성껏 양념장을 만든다.

도무지 안 먹어본 음식은 선뜻 먹어볼 자신이 안 서는 나는
서서히 끓어오르는 붕어찜의 간을 보아야 하는데 ...
정말이지 걱정이었다.

무슨 맛인지 그 맛을 잘 낼수가 없는 듯 했다.
그저 얼큰하게 만들어져야만 특유의 생선 비린내가 없어질 것 같았다.

식탁을 차리고 푸짐하게 올려놓으니 의외로 아이는 탄성을 지른다.
맛있어 보인다는 거였다.

내가 직접 만들어놓고 무슨맛인지 모르기는 이번이 처음이지 싶다.
하지만 아이들은 연신 뽀얀 속살을 젓가락으로 부지런히 나른다.

정작 맛보고 싶어하던 남편은 일이 바빠 집에서 함께 식사를 못하고
아이들만 금새 커다란 붕어 한마리를 뚝딱 해치운다.
평소에 생선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그렇겠지 ...
결코 맛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꺼야 ...

오늘 아침 냄비속에 홀로 남겨진 붕어한마리 남편에게 내 놓으니
난 마치 숙제 해 놓구 검사받으려 기다리는 아이 같다.

얼큰하니 좋은데 ...
앞으로는 종종 사다줘야 겠는 걸... 잘 만들었네...
그런다.

에구 겨우 겨우 만들어줬더니 또 만들라고?
마음속에선 아이구 제발 그만... 하고 외친다.

남편은 일 때문에 지방출장이 잦은 편이다.
그럴때마다 그 지방의 특산물, 주로 해물이나 생선종류를 사갖고 온다.

그렇다고 그가 자상하다거나, 요리에 관심이 있는 건 절대 아니구
하옇튼 맛있는 거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다.
오늘은 서천에 간다고 했으니
오늘 저녁 그의 손엔 아마도 싱싱한 꽃게가 들려져 있지 않을까 싶다.

식물성의 담백한 식사를 좋아하는 아내와 달리
그는 늘 뭐 좀 색다른 거 없을까 궁리하는 사람 같다.
그런 사람들을 미식가라고 하는건가?

자신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영양탕을
아직도 끓일줄 모르는 아내에게
점점더 고난도의 진도를 요구하는 남편!!

나도 언젠가는 그의 몸 생각하여 먹을줄도 모르는 영양탕을 끓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별식 좋아하는 남편을 둔 아내는
늘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에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므로
손이 항상 바쁘다.

때론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음식을 만들어야 할때도 있으므로 ...

냄비속의 붕어 두 마리가 너무도 다른 우릴 쳐다보며 웃는것 같아
이 아침까지도 슬며시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