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봄 꽃들이 지고
질긴 여름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들꽃이 핀 들길을 걸으면서
엉킨 마음이 풀어지도록 애써보았습니다.
일정하게 돋아난 잔디위에
토끼풀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었습니다.
한 잎이 모여 동그란 꽃이 된 토끼풀꽃.
색색의 장미꽃보다도
탐스런 불두화보다도
작고 흔한 토끼풀꽃이 제 마음을 풀어주었습니다.
며칠동안의 비는 나를 축축하게 젖게했는데
맑은 토요일은 들길로 날 데리고 갑니다.
벚나무엔 버찌가 빨갛게 익어 갑니다.
지난번에 본 키작은 앵두나무의 열매는 얼만큼 익었을까?
하얀 모자를 쓰고
하얗게 빛나는 허공을 봅니다.
비에 씻긴 하늘과 대지 사이가 하얗게 보인 건
아마도 지금의 내가 하얗게 비워야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겁니다.
들길을 걸으며 혼자인 내가 가볍습니다.
발길에 채이는 보도블럭 사이의 풀...나뭇잎...떨어진 꽃잎...
눈으로 보이지 않는 잿빛 먼지와 비의 자국과 버려진 오물은 보지 않을겁니다.
좋은 것만 보고싶습니다.
들길을 걷기 시작한 시간은 오후였습니다.
걷기 시작할 땐 햇살이 많았는데
나중엔 흐림과 바람이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이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잔디위엔 자리를 깔고 한가로이 앉아 있고 누워있고
자전거 도로엔 자전거가 씩씩하게 달려 갑니다.
물가엔 수련꽃이 얌전히 피어 볼거 없는 하늘을 멍하니 봅니다.
붉은 함박꽃이 조화같습니다.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하는 붓꽃.
그렇게 꽃들과 만나고 뒤돌아 집으로 오면서
토끼풀꽃을 꺾어 왔습니다.
왜 꺾어야했냐면....
잠깐 보는 것으로 만족 못해서도 그렇고
혼자만 보기 아까워 아이들과 같이 보려고 꺾었습니다.
집으로 조심스럽게 들고와서
유리컵에 꽂아 식탁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깜짝 놀래서 고개를 숙였던 꽃줄기가
지금은 고개를 들고 뽀시시 웃고 있습니다.
우리집에 와서 좋다고 행복하다고...
그래서 나도 덩달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