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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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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모르다 탄로난 시동생을 향한 남편의 비밀스러운 행각


BY schuwa 2001-04-20

남만 좋은 일 시킨 결과를 또 한 번 당하고 나니,
멍청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는게 새삼 느껴진다.
값진 희생으로 여겨질 줄 알았는데,
한심한 궁상으로 전락한
나의 일상이
눈물나도록 서럽고 부화가 난다.

아들놈 팔다리가 칠부가 되도록 입은 겨울내복을 보면서
몇번이나 망설이다 봄까지만 기다리자 안사고 말았는데..

떨어진 영양크림 대신 아들놈 베이비크림을 발라가면서
오늘 하루도 돈 벌었다 생각하며 길길이 좋아했는데...

아들놈 치킨 두쪽 사맥이면서
먹고싶어도 과감히 사먹질 못해
아들놈 콜라 쪽쪽 훔쳐빨며 처량함을 달랬는데...

나들이길에 자꾸 쳐지는 우마차를 탈때마다
나라경제 빚대어
쌤뺑으로 달리는 애매한 차만 잡으며
못먹는 감만 찔러댔는데...

쓰레기봉투에 끈 달어 쩜매면서
조금이라도 더 담어버리자고 낑낑대던 나의 궁상을
알뜰이란 명분으로 포장하며 위안했는데...

무슨 사명같은 셔틀버스 시간을 그나마도 놓치면
좌절하듯이 나오는 눈물을 내자신 주체못하며
택시안 미터기의 말궁둥이만 빵꾸가 나도록 째려보곤 했었는데...

자랑스런 대한의 주부가
오늘만큼
주부이기를 거추장스럽게 느껴진 적이 없다.
오늘은 치욕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