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린이날 무렵의 일이다.
시부모님들께서 아이들에게 맛있는 거라도 사주시겠다며 오셨다가
집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아시고는 화들짝 놀래시며 다시 가게로 가셨더니
그 옷가게라면 나도 몇번 아이들의 옷을 산적이 있어 안면이 있는 집이다.
명함을 갖고 오셨길래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어 보니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수도 있지 않느냐...
적잖이 감정이 상하여 곱지 않은 말투로 조목조목 따지니
자신의 물건도 아닌데 건성으로 대답을 하는 이도,
하지만 그이도, 나도 다 같은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인데,
나라면 아마도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곧바로 돌려 주었지 싶다.
그 일이 있기 얼마전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운동장으로 저녁운동을 나갔는데,
없어진 물건도 물건이지만,
때가 되면 아이들도 그런 현실을 점차 알게 되면서 자라겠지만,
그 옷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기념으로 엄마인 내가 선물한 옷이었는데,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이어선지 기분이 묘했다.
아직은 사람들을 의심할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번에 잃어버린 점퍼는
또 누군가에게 좋은일을 시키고 만 것이다.
며칠후 시장에 갈 기회가 있길래 그 가게에 들러서 혹 점퍼를 갖다 주었느냐 했더니
그럭저럭 시간이 흐르고 그일이 어느정도 잊혀지고 있을 무렵에
그 가게 주인도 나만큼이나 찜찜한 마음 담고 있질 못하는 사람인가보다.
우리 사는 세상은 이렇게 내 마음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가게를 하는 사람은 고객관리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도 있다지만,
그래도 가게주인의 자상한 배려로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은
화사한 체육복 한벌 얻어 갖고 와서
사람들의 가슴속에
아이에게 따뜻한 웃음을 되찾게 해 주신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체육시간이 들어 있는 날마다 아이는
가슴 따뜻한 사람의 정을 아는 아이로 자라날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장 어귀의 옷가게에 옷을 사 주시러 들리셨는데,
아이가 입고 갔던 점퍼를 가게에 놓고 왔다고 한다.
이미 가게주인이 다른이에게 그집 옷이냐고 묻자
바라보지도 않고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 이에게 싸서 건네주었다고 했다.
가게주인 하는 말이 그분은 자기네 가게에 자주 오시는 분이며,
옷 떼먹을 사람 아니라고 ...
그렇게 말을 한다.
왜 물건의 주인을 정확히 확인하지도 않고 대충 챙겨 주었느냐...
그냥 가게에 내버려두면 주인이 와서 찾아가는게 통상의 예가 아닌가 ...
가게주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그 점퍼가 무슨 대단한 물건이라도 되어서 내가 그러는 줄
착각을 하고 있는듯 했다.
자신의 물건도 아닌데 곧바로 돌려줄지 모르는 잃어버린 양심을 갖고 있는 이도
세상엔 물론 존재할지는 모른다.
10원짜리 길바닥에 떨어진 동전하나도 하물며 내것이 아니면
줍기가 꺼려지는게 사람 본심일것만 같은데...
그런 아이가 부모에게서 무엇을 배우며 자랄것인가
잃어버린 점퍼는 새로 사서 한두번 밖에 입지 않은 것이었기에
물론 아깝기도 하고, 화도 난게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하지만 나를 더 화나게 한것은 사라진 양심에 대한 분노였던 것 같다.
살다보면 종종 이렇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생기기도 한다.
작은아이가 걸치고 나온 점퍼를 운동장 가에 있는
벤취위에 올려두고는 신나게 운동을 했다.
돌아갈 무렵 옷을 찾으니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아이들 앞에서 그런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할지가 더 난감했다.
아직은 어린 나이이니 좋은 모습만 보여주며 키우고 싶었는데,
돌부리에 채이듯 가끔씩 이렇게 황당한 일을 만나게도 된다.
마음이 참 씁쓸했다.
의심하고, 경계하는 것에 대하여 정말 잘 설명해줄 자신이 없었다.
아니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후에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줄 요량으로 내딴에는 큰맘먹고 새로 사준 것이었는데 ...
나를 본 가게주인은 단골손님이네 하며 내 얼굴을 보더니 그제사 미안타 한다.
점퍼를 갖고간 이는 그후로 소식이 감감하단다.
자신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며, 다른 옷을 하나 갖고 가시라 했지만,
그건 또 내가 마음 편치 않아 싫다며 그냥 돌아왔다.
아이들만 있는 집에 전화를 걸어 그 가게로 잠깐 아이를 오라 했는지,
아이에게 분홍빛 츄리닝 한번을 주시더라고 아이는 신나서 전한다.
전화를 걸어 몇번이나 고맙고, 감사하다고, 잘 입히겠다는 말을 한다.
정말 살맛 나는 세상이 되고 있는게 아닐까?
난 나랑 비슷한 마음을 갖고 사는이를 만난것만으로도 너무 흐믓했다.
며칠이 지나도록 자신의 것이 아닌 물건을 슬그머니 그냥 갖고 있는 그분은
양심을 어디에다 잃어버린걸까?
아이의 가슴에 무엇인가 느낌을 남기며
이번 일이 마무리 되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늘 아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며 살아가야 한다고...
주술처럼 늘 자신에게 외치며 살려 하는데
그것은 좀처럼 쉬운일만은 아닌듯 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다 보니
어른들의 일그러진 양심의 얼굴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잃어버린 양심이 다시 되찾아지는 날이야 말로
자라나는 새싹들의 미래를 희망으로 키울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가 담겨있는 체육복을 입고서
힘차게 달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