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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장애인일까? 1


BY 소낙비 2001-04-19

미연씨는
전문대 다니는 딸과 고등학교2학년아들둔
44살의 마음씨 착한 장애인이다.
당뇨를 예사로이 넘기는 바람에
신장이 나빠져 몇년째 혈액투석을 하고있다.

그 휴유증으로
눈이 점차 보이지 않게 되어 내가 차량봉사를
담당하게 되었을때는 한쪽눈은 그나마 조금 보였는데 점차
두눈다 보이지 않게 되어 지금은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일주일에 두번, 5시간씩 온몸의 피를 빼고
갈아넣어야만 한다. 데려다주고 끝나면 데려오고..
어떨땐 투석하는동안 체온이 내려가 식은땀을
흠뻑흘려 옷이 다 젖어 내옷을 벗어 입혀 오기도 했다.
왼쪽 팔 아래쪽과 윗쪽 두군데에 구멍이 나있어
왼쪽팔이 항상 시퍼렇다.

미연씨는 말을 많이하는편이라
주로 나는 듣는 쪽이 되어준다.
남편흉도 보고, 아이들의 착함도 이야기하면
어느새 병원에 도착한다.올때는 기운이 없어 암말도 못하고...

병원가는날에는 보이지도 않으면서 거울을 보며 머리도 빗고,
립스틱도 바르고..
환자처럼 보이는게 싫다며 옷을 다 챙겨입고 나면
이쁘냐고 꼭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이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예요"라면
거짓말말라며 활짝 웃는다.

남편따라 시골에 오면서 다른사람이 대신 차량봉사를 하게 되었고
오랫동안 못봐 지난주에 미연씨집 근처에 가게되어
보고싶기도 하여 잠깐 들렀었다.
"미연씨" 부르자 대번에 내목소리를 알아듣었다.
"어, 머리 염색했네"라는 내말에
쑥쓰러운듯 딸이 해줬는데 색깔이 어떠냐고
물어 너무 이쁘다고 했다.
또 거울을 본다.
미연씨를 알게 되면서 나는 미연씨를 통해
많은걸 배웠다. 집안일이나 아이들,남편땜에
속상하다가도 미연씨를보면 얼마나 사치스런
고민이냐 싶었고, 사지멀쩡한 나는 매일 백번을 감사하며
살아도 시원찮을거라 여기며 되려 위로를 받기도 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볼수 있는건 다봤으니
다리가 아파 걷지 못하는것 보다,팔이 없어
불편한것 보다 눈이 보이지 않는게 얼마나 다행이냐면서
감사하며 하루 하루를 산다는 미연씨!.
엄마가 아파도 좋으니 살아계시기만 해달라고
기도한다는 착한 딸,아들자랑을 또 한다.
미연씨는
명절때마다 고맙다고 요란한 꽃무늬의 팬티를
선물하곤 했는데 내 엉덩이가 얼마나 큰지 보이지 않으니
어찌아랴.작아서 입지도 못하고 미연씨의 성의를 장농속에
넣어두고 있다.

내일이 장애인의 날이라 미연씨도 예쁘게 화장하고 봉사자들과 함께 신나게 하루를 지낼것이다.
착하고 아름다운 미연씨 가정에 항상 웃음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현실을 받아들이며 밝게 살아가는 미연씨가 장애인이 아니고
감사할줄 모르고 조그만 일에도 짜증내며
매사에 불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진짜장애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