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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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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로 간 딸,,


BY 다정 2002-05-17

"엄마,나 보구 싶어도,,울지 마러"
어제 아침 풍경이다
때맞춰서(?) 비바람 마저 배웅을 하고
딸내미는 그렇게 수학 여행을 갔다
밤 늦도록 챙기고,다시 뒤집고를 반복한 가방을
낑낑대며 짊어지고
요즘 들어서 잘 하지도 않던 뽀뽀까지 거리낌없이 하곤
의기양양하게,,,서라벌로,,,

아이가 여행 가면 이것저것 하리라 마음 먹은 일도
다 어디론가 슬며시 자취를 감춰버리고
하루 종일 단수에다가
비는 내리고
겨우 몇 그릇 받아 놓은 물들이 널려져 있고
한꺼번에 훵하니 일시 정지 상태가 되버렸다

멀미가 심한 딸은 어떻게 되었는지
추풍령에서 점심을 먹는다는데
전국이 다 비에 후줄근 한데
에구구,,,끝도 없는 기우들이
성가시기 까지 하다

경주,,으례이 수학여행 코스가 되어버린 그곳을
나도 갔었는데,아니 살기 까지 했었다
황남동 일것이다 그동네가
경주의 황남빵이 얼마전 백화점에 진열된 것을 보곤
자연적으로 잊고 지냈던 그 동네마저도
새롭게 생각이 났었다
좁은 골목에 고즈넉한 옛 집들
길가에 자리한 첨성대
포석정으로 소풍도 가고
오능으로 자연실습도 갔었는데
이제는 그 가물거리는 기억 사이로 확연이 보이는 것은 없지만
집 앞으로 흐르는 조그마한 개천 같은 그 것은
아직도 선명하기까지 하다
그 맞은편 집에 살고 있었던 친구,,,
70년대에 흔히 했었던 계집아이들의 머리 스타일인
앞 이마를 일자로 덮고,뒷 머리까지 일자 단발머리
그 아인 항상 그머리 였었다
그 집 아랫목엔 자연숙성 시킨 밀가루 빵을 덮은 솜이불이
늘 있었다. 후후후,,,

수십년이 흘렀어도 한꺼번에 끄집어 내어 보면
엉킨 실타레 풀리듯이 그렇게 추억은 술술
마음의 바퀴를 감는다
유년의 경주는 그랬었다
신라 천년 사직의 웅장함과 신비에 앞서서
단지 기억속의 푸근함이 먼저 앞서는 곳,,,

내일이면 또 다른 추억을 잔뜩 묻힌채
딸은 올 것이다
가방 한 귀퉁이엔 남편의 등긁개랑
내 줄 목걸이를 넣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