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이름을 풀이해 준다는 사이트를 알려줬다.
그래, 거 참 재밌겠구나하는 생각에 얼른 그 사이트를 찾았고,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내 한자 이름을 입력시켰다.
이 이름은 당신의 운을 해하고 있습니다.
초년, 장년, 중년, 말년....아주 나쁨, 아주 나쁨, 좋음, 보통...점수로 환산하면 500점 만점에 겨우 절반이 넘는 점수를 얻는 이름이었다.
기분이 확 상해 버렸다. 그래, 이럴 수도 있었는데 생각해 보고 할 걸 내가 너무 성급했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버린 것이다.
난 워낙 귀가 얇은 편이라 이 말에도 솔깃, 저 말에도 솔깃하는 편이다.
친정엄마가 어디서 점을 보고 와서, 이래저래 하다더라고 하면 정말, 정말을 연발하며 실상 별로 맞지도 않는 상황을 억지로 끼워 맞춘다. 그러고는 그 점쟁이 쪽집게라고 감탄을 서슴치 않는 게 바로 나다.
평소에는 점 같은 건 왜 보냐고, 그런 건 믿을 게 못된다고, 그런 미신을 누가 믿냐고 픽픽 콧방귀를 뀌다가도 잡지에 나온 별자리운을 보면서 속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뭔가 대단한 거라도 안 것처럼 구는게 바로 나다.
그런 내가 내 이름풀이를 보고 두 눈이 번쩍 뜨이지 않았다면 이상한 일 일테다. 여하튼 내 이름은 그다지 썩 좋지 않은 이름이었다. 물론 이름을 자세하게 풀이해 준 바로 그 화면 위에는 개명, 작명을 하려면 클릭하라는 글씨가 얄궂게 밝은 빛을 내고 있었기에 순 상업적이라고 투덜거리며 돌아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석연치 않은 맘은 여전했다.
며칠 전부터 남편이랑 사이가 안 좋았는데 것도 이름 때문인 거 같고, 내가 시아버님을 지독하게도 무서워하는 것도 내 이름 탓인 것 같고, 울 애기 항문에 생긴 병도 내 이름 잘못 지어서 그런 것 같고...난 또 별 시답지 않은 것까지 다 끌어다 붙이며 내 이름을 깎아 내리고 있었다.
괜히 이름풀이는 해서 이런다 싶어 그냥 잊어 버리려고 해도 자꾸만 머릿속이 복잡해 진다. 정말 이름이라도 바꿔야 하는 걸까. 부모님은 차치하더라도 울 남편 내가 개명한다고 하면 참 예뻐라하겠다는 생각을 하니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또 식구들의 동의를 구해 개명을 하더래도 동사무소니 어디니 해서 이름 바꿨다고 쫓아다닐 생각을 하면 게으른 성격에 그것도 끔찍하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 이름을 갖고 계속 뒤가 묵직해 갖고 사느니 확 바꿔 버릴까하는 생각도 자꾸만 든다. 좋은 이름으로 바꾸면 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렇게 얄팍한 상술에 말려들어 허부적대다니.. 문득 학부1년 때가 생각난다. 설문조사를 부탁하는 이를 따라 강의실까지 들어가 장장 2시간에 걸친 장황한 설명을 듣고, 나설 때 내 손엔 40만원 정도 하는 영어 테잎 가방이 들려 있었다. 결국 친구의 도움으로 회사측에 바로 돌려 주었지만 그 일은 두고두고 내 아킬레스 건이 되었다.
겨우 단돈 십 만원에 바뀔 내 운명이라고 생각진 않으면서도, 내 노력 여하에 달려있지 어찌 모든 게 다 정해져 있겠냐고 생각하면서도, 귀가 얇아 벌린 내 실수를 돌이켜 보면서도 왜 이리 흔들리는 지 모르겠다.
건 30년을 불러온 내 이름이거늘, 이만큼 좋은 이름이 어디있다고 그럼, 그럼 하면서도 내 가슴 속 한 켠에서는 가족들에게 개명에 대해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미쳤나 보다. 아니 정말 내 귀는 얇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