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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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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놈에 입이 방정이지....


BY 뮤즈 2000-11-03

"빠진 것 없나 잘 챙겨요.
"빠진거? 아 있다."
빠진거라며 남편이 챙긴 것은 다름 아닌 담배.
처음 연애할 때 남편은 내 앞에서 담배를 피지 않았었다.
그러나 내 마음이 자기에게 기운 것을 안 남편은 언제부턴가
내 앞에서 담배를 피기 시작했고
나의 금연 요구는 끝없이 계속됐다.
아기를 좋아하는 그였기에
"당신 우리 아기 빨리 보고 싶으면 담배부터 끊어요.
당신 금연하기 전에는 나 절대로 아기 안 낳을 테니까!"
그러나 이미 서른이 넘어버린 나이와 올 6월에
아기를 낳으면 만사가 형통이라는 점쾌를 보고 오신 어머니의
얘기에 귀가 솔깃해진 나는 남편의 금연이 없었음에도
6월 첫 딸을 낳았다.
대문을 나서는 그를 향해 안고 있던 딸을 바라보며
"우리 은서는 결혼식장에 신랑이랑 동시 입장해야겠네.
아빠가 담배를 너무너무 사랑하시니까, 우리 은서는..."
반복되는 나의 얘기에 남편은
"지금 운전하러 가는 사람에게 무슨 소릴 하는 거야!"라고
화를 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남편은 집을 나서면 인천까지 왕복
4시간의 운전을 해야하는데....
.말을 잘못했다싶은 나는 얼른 꼬리를 내리며
"누가 운전 얘긴가 담배 얘기하는 거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침 일은 잊고 남편이 올 때가 되었구나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 나 사고났어. 빨리 보험회사 전화번호 불러봐."
숨가쁘고 다급한 남편의 목소리에 덩달아 놀란 가슴이 되어
떨리는 손으로 수첩을 뒤적이고 어떻게 전화번호를
불러주긴 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방정이지 싶어 다 내 죄만 같았다
그저 다친 사람 없다는 소리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별일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남편이 어서 들어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9시가 넘어 들어온 남편은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3중 추돌 사고로 우리 차는 뒤집히기까지 했는데
그만 한 것이 얼마나 고맙던지....
"여보, 내가 아침에 괜한 소릴 해서...."
"아 말대로 다 되면 이 세상에 성할 사람이 어딨어."
내가 부주의해서 그런거지."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나 배고프다. 아직 저녁 못 먹었거든."
그러고 보니 그이도 나도 놀란 가슴에 모두 저녁 먹는
것을 잊고 있었다.
"밥도 없는데 우리 수제비나 먹으러갈까?"
"우리 차 없잖아. 내가 폐차해야 한다고 말 않했어.?"
그래 이제 우리는 뚜벅이가 됐지....
컵라면으로 늦은 저녁을 먹은 우리 부부는 그 날 밤
"당신 별로 안 다친 건 좋은데...."
"그래, 우리 차 아깝지? 얼마 타지도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