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중국의 이 회사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5

아들들이 길들려 지고 있는것일까?


BY mspark0513 2002-05-06

둘째 녀석은 공부하는 게 늘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다.

본인은 운동을 잘한다고 믿고 있지만 특별하게 잘하진 않아서

엄마인 나는 포기(?)를 강제로 받아내고 공부하라고 명령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는 일단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억지를 부리면서 말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방향을 설정하는데 편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실력이 없으면 제한이 많다 협박하며...그렇게 아직 중학교 일 학년 밖에 되지 않는 녀석에게 중간고사 준비를 하라고 독려를 하고 나섰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큰애보다도 심각하게 이 녀석 자기 인생에 대해 고민에 빠져 버린거였다 \"왜 공부해야 하는데요.. 왜 하기 싫은 일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요...

난 정말 공부가 싫은데 공부를 해야 어른이 되어 잘 살 수 있다면 난 어른이 되는거 무서워요... 그리고 어른들은 나빠 왜 아이들을 이렇게 힘들게 살게 하는냐구요...\"

 

요 며칠 아이는 학원에서 열한 시가 넘어야 들어왔고, 그때마다 자기의 상황에 대해 한심해 했다. 충분한 동기부여를 한다고 했지만, 설득하기엔 난 부족한 엄마였고, 내가 이야기하면서도 내가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그러면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래?\"

 

자기는 무엇을 잘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운동을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특기생이 될 만큼은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 잘 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될 때 까지 공부해 볼래?\"

 

그때야 아이는 차분해졌다. 초등학교 오 학년이 될 때까지 녀석은 태권도와 수영 바둑을 했다. 공부는 하기 싫다고 했고 늘 성적이 나빴다. 그러더니 오 학년 이 학기가 되면서 공부를 못하니까 쪽팔린(?)다고 했다. 과외를 원했다. 그래서 과외를 시켰다. 그러더니 금방 효과가 나타났다. 육 학년 마지막 시험에서 평균 구십육 점을 받기도 했으니.. 뭔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난 호들갑을 떨었다. 내 아들 최고라고....

 

그렇게 큰애보다 애교도 많고 사랑도 많고 단순하기까지 한 둘째 녀석이 자기가 뭘 해야 할지에 대해 이른 고민이 시작된 거였다.

 

난 큰아이에게 이미 잘 적응(?)한 터라 둘째 녀석의 반항과 고민에 대해 편안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런 녀석이 요즘 정말 열심히 공부 하는듯했다. 그러더니 오늘 첫 시험을 치르고 와서는 현관문에 들어서기 무섭게 커다란 눈에 눈물을 마구 흘리는 거였다. 남자 녀석이 말이다.

 

\"엄마 시험 엉망이에요. 백 점 예상했던 두 과목이 예상 밖으로 못 받어요..\"

\"어쩌니.. 이미 시험은 봐 버린걸... 괜찮아 앞으로 삼일 남았잖아 엄마는 정말 공부 아주 잘하는거 생각 안 해 그리고 결과를 두고 형 혼 나는 거 봤니? 공부 안 하고 시험보면 모를까 하고 난 뒤의 결과는 야단 안 칠거야\"

 

\"내가 그냥 기분 나쁘단 말이에요 \"

 

아인 자신도 모르게 현실에 적응하며 길들여 지고 있었다. 그래서 무엇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면서 고민하는 것이 자기에게 손해라고 엉뚱한 결론을 가지고 아이는 시험에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거였다.

 

고등학교 일 학년인 큰애가 집에 있는 시간은 불과 아홉 시간 정도인 것 같다.

다섯 시쯤 집으로 와서 일곱 시쯤 도서관이나 과외를 받으러 간다 .

그리고 열 한시쯤 집에 오고 이른 아침인 여섯 시쯤 학교에 간다.

공부를 하든 안하든 그앤 어떤 형태로든 앉아 있는 시간을 하루에 열다섯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다.

 

자기가 무엇을 해야 가장 잘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학교의 프로그램에 맞추어 방과 후 엄마의 프로그램에 맞추어 그렇게 보내고 있는거다. 우열반을 경험하고 공부로 인해 수치심이나 자신감도 경험하면서 모든 행불행을 마치 학과 공부에 있는 것인양 그렇게 큰애도 인생에 길들려 져 가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질렀을법한

모든 갈등을 엄마인 내게 쏟아내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며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갈등이 내게도 있는지...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할 용기도 없고 잘 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만 잘해보자고 독려할 확신도 없는 그런 엄마인 거다.

 

왜 꿈이 없는 아이들로 자라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꿈을 꾸면 바로 현실로 계산하고 따지고

내가 개입할 여유도 없이 스스로 방향을 바꾸고 그러면서 말이다.

유난히 수학과 국사를 잘하는 큰애에게 그 과목이 좋아서 잘하느냐고 했더니 쉬워서 하는것이지 좋은 것은 아니라고 이해할 수도 없는 말을 하고 영어를 잘하는 둘째 녀석에게 영어를 좋아하냐 했더니 다른 과목보다 쉬운 것 뿐이지 좋은 것은 아니라고 대답을 하니... 정말 모를 일이다.

 

가끔은 가족 여행도 다녔고 아빠랑 등산도 즐겼고 책을 읽도록 지도 하고 많은 대화로 키워 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두 녀석다 뚜렷한 꿈이 없다니.... 더더구나 둘째 녀석은 돈을 많이 버는 일이라면 뭐든 좋다고 말해 날 늘 당혹하게도 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정말로 신나하며 할 수 있는 그 어떤 일에 나도 확신을 하고 도와 줄 수 있는 지혜를 정말로 갖고자 하는데 난 늘 서툴기만 한 그래서 아이들보다 그들의 인생에 대해 더욱 조급해하는 그런 엄마인 모양이다

 

둘째 아이는 점심을 먹더니 다시금 무거운 가방을 멘다. 그리곤 말한다

 

\"엄마 내일 시험은 잘 볼 수 있을까?\'

\"괜찮아 최선을 다하는거 엄마가 보았는걸 뭘..\"

\"그래도 공부 못하면 챙피하다니까...\"

그러면서 현관문을 나선다. 일요일이었던 어제 녀석은 열한 시에 왔고 오늘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났고 점심을 먹고 십 분쯤 침대에 누워 있더니 벌떡 일어나 저녁 먹으러 잠시 들어 올거라는 말을 남긴 체 나간다. 시험 못 보면 챙피한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왜그런지...

그렇게 말하며 나서는 내 둘째 아이는 중학교 일 학년이고 그것이 그 애의 현실이다.... 가슴이 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