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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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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넘의 편


BY 다정 2002-05-03

띵,,똥
조용하다가 철커덕 열리는 열쇠 소리와 함께
"니,,또,,,컴허냐..."
열쇠로 열거면서 꼭 먼저 초인종이다.
일주일에 겨우 손꼽아서 일찍 들어오는 날이면
소리가 벌써 틀리다,씩씩거리며,,,,
하나 둘씩 벗어던지면서 등장이 영 맘에 안든다,
'내 그럴 줄 알았다,어제 늦었으니깐,
오늘은 몸 좀 누워보러 일찍 왔겄지,,,쩝'

하늘 같은 남편이 왔는데 꼼짝을 안 한다느니로 시작해서
사는 것이 장난인줄안다는 또 그 소리까지,
그 대사가 또 이어진다,
좀 일찍 들어왔다 싶으면 안하고는 못 배기는 말들,,,
대충 걸쳐 입고는 또 대충 씻고서
숨겨둔 오징어 한마리 꾸역꾸역 찾아내선
맥주캔 하나 둘구 옆에 앉으며 하는 말.
"니가,,,주연이재.."
" 뭐?"
" 거 ,있잤냐,,아내는 채팅 중,,영화 말야"
"참나,,그래,,맞다,,"

남편은 요즘 새로 바뀐 일에 적응 하느라 무척 바쁘다.
체질상 맞지 않은 의자에 가만 앉아서 업무를 보려니
정말 그 말처럼 장난이 아닌 것 같다.
그 좋아하던 술도 집에서 캔으로 때우고
머리만 대면 잔다,것도 심하게 코를 골면서.
어제 저녁에도 그 코와 이가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옆에서.
얼마나 한이 쌓였으면 무지막지하게 갈아 될까마는....

그동안 돌봐 줬던 사람이 준 것이라며 내미는 상자.
체크 무늬가 엄청 큰 여름 셔츠,
십여년 동안 같이 한 솥밥을 먹어 오면서도 이런 선물 하나 없었다.
그 만큼이나 남편의 노력에 비해 사람들이 인정이 박하였었는데,
그 셔츠도 들어온지 겨우 한달 된 사람이 준것이라니.
이 새로운 일을 하기 까지 그동안 같이 한 사람들의 뒤를 부탁하러
나름대로 힘도 들었다고 하던데,
참 씁쓸하기 까지 하다.

남의 일이 곧 자신의 일이고
우리 집일은 안사람 나 혼자의 몫이었다,
사람 사는 것이 어찌 대가를 꼭 생각하겠냐마는
집안에서 가만이 돌아가는 사정을 볼라치면
남편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존재임은 분명하다.

벌컥거리며 순식간에 캔 하나 해치우곤
어느새 또 잠에 빠져드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세월이 어느새
그 얼굴에도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깊은 골마다 살아온 그 동안의 힘겨움이 내려앉아서
자리매김을 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남편의 코고는 소리 따라
밤을 잊고 방황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