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도요아케시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5

호프와 돈가스(펌)


BY 새벽향기 2002-04-26

저녁식사를 하다 어머니가 오래전 이야기를 꺼내셨다.

10여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생일을 핑계 삼아 엄마에게 돈가스를 사달라고 졸랐다

지금은 돈가스가 흔하지만 그시절 내게는 아주 신기한 음식이엇다.

내가 하도 졸라 대자 엄마는 돈가스하나와 호프 하나를 시키셨다.

이천원하는 돈가스를 두개 주문할 돈이 없었던 엄마는 팔백원자리 호프를 시키셨던 것이다

호프를 단순한 음료수 정도로만 생각하고...

엄마의 주문에 종업원은 고개를 갸웃하며 주방쪽으로 사라졌다
이윽고 돈가스와 호프가 나왔다

엄마는 커다란 유리잔에 거품이 가득한 맥주를 보고 몹시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철없던 나는 서툰 칼질에만 열중했다

엄마는 내가 먹는 것을 바라보며 조금씩 호프를 드셨고 내 접시가 깨??해질 무렵 엄마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술을 잘 못하면서도 버리기가 아까워 그걸 다 드셨던 것이다 거기서 내 기억은 끝이 났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 뒷이야기를 엄마가 꺼내신 것이었다

"술이 취했지. 레스토랑이 이층이었잖아. 계단을 내려오는데 몸을 주체할 수가 없더구나. 너 눈치 못 채게 겨우겨우 내려왔는데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일이 참 막막했지"

그리고 엄마는 더 이상 아무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가슴이 찡해와 난 더는 묻지 못했다

지금은 쉽게 먹을 수 있는 돈가스 그런데도 그날 이후 한번도 부모님과 돈가스를 먹어 본 일이 없으니 조만간 부모님 모시고 칼질 한번 하러 가야겠다.

.
.
.
.
.
.
.
.
.
이 세상 모든 어머니께 감사와 사랑을 보내며...
새벽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