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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결혼식


BY wynyungsoo 2002-04-18

장안사라는 산사에서는 한 맺힌 영 귀를 달래를 영혼결혼식의 있었는데 그 사연들에는..
실족 사로 사고를 당했거나 불의의 사고로 등 외 생을 접은 영 귀 아홉 쌍의 영혼결혼식이라고 하는데.. 큰스님의 조례로 시작으로 스님의 말씀에는, 영 귀들은 육신이 없으니 전통의상을 갖춰 입힌 인형을 대신 해놓는 절차를 소개하며, 아홉 쌍을 나열해 놓고 혼례절차를 밟아 극락 길을 인도하는 스님의 염불과 목탁소리가 구슬프게 울려 퍼지는 법당 내에는 영 귀들의 짝 맺음의 축하연회인 바라춤이 이어지는데.. 그런 법당 내 대웅전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가 흐르며 간혹 숨죽이는 흐느낌이 적막감을 깨는 순간이기도 한데..

이승의 결혼절차처럼 원앙금침도 준비했고, 또 신랑신부 한복도 고운 색으로 준비해서 예가 치러지는 단상에 놓았다가 예불이 끝나니, 유가족들이 고인들의 영전을 들고 법당 내 뜰에서 탑돌이를 하며 준비해온 원앙금침과 한복과 그리고, 고인들의 유품들을 소각시키는 장면에서는 유가족들도 속울음을 터트리며 오열을 토해내는 설음에 경건한 경내의 풍광들도 우는 듯이 느껴졌다. 젊디젊고 아름다운 딸의 영전을 들고 탑돌이를 하녀 흐느끼는 젊은 엄마를 보면서 아마도 맏딸인 듯 싶어 내심 마음이 더 아팠었다.

이른 아침에 영 귀들의 짝 맺음인 영혼결혼식을 시청하고 있노라니, 상념에 잠기게 되며 5월초면 2주기를 맞는 가여운 영혼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친척 중에도 영혼결혼식을 앞두고 신랑감을 물색 중에 있는 부모가 있는데, 불귀의 객이 된 사연을 밝히기는 좀 유쾌한 사연이 못되어 좀 그렇기도 하지만, 뭐 어떠랴 다 팔자소관인 것을.. 한 가정의 막내딸이며 대학 졸업반이었던 그 여식은 선배남편을 오빠~ 하며 따르며 지내다가 도서관에서 자주 만나면서 가깝게 되었다고 했었다. 그런 그들 사이를 선배가 알게된 사실에 고민하던 중, 그런 와중에서도 계속 교제를 이어온 세월이 만 2년이 되었다고 했었다.

물론 집에서는 전혀 금시초문인 사실이었다고 했으며, 그러던 어느 날, 자정을 넘긴 새벽 1시경에 집으로 온 전화연락은 경찰서라고 하며, 여식의 이름을 확인하곤 모 병원 영안실 위치를 대주었다고 했다. 믿어지지 않은 사실에 반신반의하며 식구들은 둔기로 얻어맞은 멍한 느낌으로 우르르 몰려서 한달음에 영안실에 도착해 시신을 확인한 결과, 막내딸인 여식을 확인하고 엄마는 그자에서 실신을 했었고, 그랬었던 일이 상기되면서.. 떠난 여식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기생의 말에 의하면 사고가 나던 날 밤 늦도록 데이트하면서 그들은 다툼이 있었다고 했으며, 그 뒤 둘 이는 헤어져 각자의 방향으로 돌아간 걸로 알고 있었다는데..

그날 늦은 밤, 여식은 선배의 아파트 상층에 올라가 투신을 한 것이다. 핸드폰과 배낭과 구두도 벗어 가지런히 놓고 뛰어내린 것이라고 했다. 난 영혼결혼식 장면을 대충 시청하면서 그 애의 이미지를 상기해본다. 볼이 통통하고 특히 눈웃음이 예쁜 아이, 다소곳하며 조용하며 예의범절이 투철하며 귀여운 형의 그 애를 상기하는 이 아침은 마음에 무게가 톤으로 실린 느낌이며.. 너무 아깝고 가엾고 하니.. 속삭이는 듯한 말 억양이 정말 마음에 들었었던 그 애가 보고싶어지는 이 시간은 왠지! 오늘은 온 종일 우울한 마음으로 석양을 맞을 것 같은 생각임에.. 먼 친척 숙모 님이신 여식의 모친께 안부전화를 드려 아픈 맘도 다독여 드리고 싶고, 또 우울한 내심도 다스려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