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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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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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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이야기 -3.(무전여행,변질된 여행.)


BY hl1lth 2001-04-09

무전여행, 변질된 여행.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어쩐지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나를 들뜨게 만들곤 한다.
여고 때부터 늘 혼자만의 무전여행을 꿈꾸곤 했었지만
엄격하셨던 아버님께는 감희 "무전여행"의 "무"자도
꺼내 보지 못한 채 내 20대는 지나가 버렸고,
결혼 후 아버님보다는 조금 더 관대하다면 관대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남편의 그늘로 들어서서도
나의 무전여행에 관한 꿈은 이날까지도 이뤄 보지 못하고 있다.
여자라는 이유가 나를 옭아매어 두고 나 자신 스스로의
희망과 꿈조차도 아버지나 남편의 결재가 있어야만
용납 될 수 있는 이 현실 앞에 불평을 하면서도
스스로 떨쳐버리고 과감히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나의
소심함으로, 어째보지 못한 채 흘려 버린 시간들이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답답해서 속이 상한다.
언제쯤이면 모든 것의 틀을 깨고 나 자신 스스로 대범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어 보지만
나 자신 역시도 시원하게 답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억울해 할 것도, 속상해 할 것도 없다고 스스로를 책망하곤 하지만
여전히 무전 여행에 대한 미련과 상상은 이제 40이
넘은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유지되고 있다.
세상을 맞닥트리며 경험하게 될 그 미지의 공간과 시간들을
내내 혼자서 상상하며 동경하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젼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오지탐험 이라든가
누가 전 재산을 통 털어 가족끼리 세계일주를 떠났다는
등의 이야기를 보고들을 때마다
"아, 정말 좋겠다. 저 사람이 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어느새 나도 그들과 함께 오지를 탐험하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도 모르는 새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 할 때마다,
하다 못해 일박 이일이라도 혼자만의 여행을 꼭
다녀오리라 다짐하면서도 늘 상상만 할뿐
공허하게 끝나는 현실 앞에서 "너 정말 못났다!"고
스스로에게 종 주먹을 쥘 따름이다.
꼭 혼자 서만의 여행을 고집하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나 아이들과의 여행을 하는 쪽으로
마음을 비우라고 자신을 달래보지만 어쩐지 흡족하지 않은 상황들은
또 다시 나를 무전여행의 꿈으로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역마살이 끼었는지 늘 어디를 싸돌아다니고 싶어하는
나의 기질은 나이가 들어도 늙을 줄 모르고
짧은 세월 이렇게 다람쥐 채 바퀴 돌듯
늘상 다니는 곳만 돌아다니다 세상을 마감하기엔
너무나 세상은 넓고 인생은 짧다는 현실이
나의 마음을 바쁘고 초조하게 만들어
나를 더욱 더 무전여행에 대한 환상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누가 어디를 갔다 왔다는 소리만 들으면
배가 아파서 몇 일을 속상해 하는 옹졸함을 드러나게 만든다.
이제, 큰아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작은아이는 중학교 2학년 이 되어 자신들의 앞가림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에
난 이제 이루지 못한 나의 꿈을 키워보려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본다. 그러나,
무작정 돈 한 푼 없이 여행을 떠나고,
차비가 없으면 걸어가고,
배가 고파 먹을 것이 없으면 굶어 가면서,
일자리가 얻어걸리면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경비를 쓰고,
모르는 낯선 곳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쌓고,
낯선 이를 만나 친구 삼아 동행하여 걷기도 하고,
차를 얻어 타고 모르는 곳으로 다시 향하고,
내가 꿈꾸고 동경하는 무전여행을 하기엔 난 이미
늙어버렸음을 잘 아는 나는, 나름대로 나에게 맞는
혼자만의 변질된 여행을 다시 꿈꾼다.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 오로지 나만의 생각과 판단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여행하면서
철저하게 혼자라는 독립된 느낌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 스스로임을 스스로에게 확인시키고,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확인시켜줄 그런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이기적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언제나 남편이나 아이들의 덤으로 사는 듯한 느낌을
지워 버릴 수 없었던 나는
독립된 나만의 시간 속에 잠시나마 모든 것을 떨쳐내고
혼자 있어 보고 싶은 것이다.
아직까지도 혼자만의 외박이란 것은 스스로도 상상만 할뿐
엄두가 나지 않는 난 우선 극장 앞으로 혼자 향했다.
여행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어쩐지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혼자만 간다는 것은 뭔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할 것 같았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선택하게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방법을
익숙하게 할 나름대로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우선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정하고 그 영화가 상영하는 곳으로
나가 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 앞에 섰다.
항상 영화를 보러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기 때문에
혼자라는 느낌은 어쩐지 쓸쓸하고 공허했다.
매표소 앞에서 "표 한 장이요" 라고 말하는 나는 어쩐지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하며 혼자라는 사실이 이렇게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것인가를 새삼 생각한다.
표를 받아 들고 극장 안으로 들어 선 나는
표에 적힌 번호가 쓰여진 좌석을 ?아 내어
자리에 앉아 크게 심호흡을 해 본다.
아무 것도 아니지만 뭔가 큰 일을 해 낸 듯 스스로를
대견해 하면서도 둘씩, 혹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영화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을 보며 군중 속의 외로움을 느낀다.
매점에서 사들 고 온 캔 커피를 마시며,
어쩐지 옆에 나란히 앉은 연인이지 싶은 한쌍이
나를 의식하는 것 같아 불편하기만 한데 그것도 잠시,
앞의 대형화면에서 ?P아지는 영화의
장면들은 나를 그 속으로 몰입시키고 있었다.
영화 속에 빠져 있던 나는 영화가 끝나고
극장 안의 불이 켜지자 밀물처럼 쓸려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끼어 극장 안을 빠져 나왔고
처음 혼자가 되어 본 영화 감상은 고독한 느낌을 주고
군중 속에 혼자라는 사실이 조금 낯설고 쑥스럽긴 했지만
혼자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아무 제약 없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아, 정말 좋다!!!."
항상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영화를 보러 혼자 다닌 다는 것도 어쩐지 머쓱해서
꼭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어야만 관람이 가능했던 영화를,
이제는 친구들 각자의 시간이 맞지 않아
보고 싶은 영화를 놓치는 일이 생기지 않아도 되리란 것을
경험 한 나는 사소한 것이지만 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른 이유로 포기하곤 했던 나 자신이
이제는 스스로 혼자서도 하고 싶은 것은 할 수 있다는
용기 같은 것이 가슴속에 아주 조금 싹트고 있었다.
"아, 혼자라는 것이 이럴 때 좋은 거구나. 그리고 고독이라는 것,
나를 발전시킬 수도 있는 계기가 되어 줄 수도 있겠구나."
라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면서 난 혼자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꼈다.
이제는 혼자만의 영화 관람도 하고
조금 익숙해지면 혼자만의 산행도 해보고,
그리고 나선 혼자만의 여행도 꼭 해 보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난 발걸음이 가벼웠다.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주변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삶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잠시였지만 혼자 였기 때문에 다시금 느껴 볼 수 있었고,
혼자이기 때문에 자신을 느끼고 발전 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그 사실을 오래 동안 잊지 않기 위해
가끔은 혼자 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난 준비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꼭 가게될
"혼자만의 여행"을 꿈꾸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