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최저시급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르면 얼마나 오르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83

딸과 딸


BY 얀~ 2002-04-15

딸과 딸


막 초등학교를 입학하여 할머니와 살게 되면서

대청마루가 있는 집,

나무 결에 따라 엉덩이를 들고 윤기 나도록

걸레질을 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일요일 집의 마루와 각 방들을 청소하면서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가 말하던 어지르는 사람 따고 청소하는 사람 따로 있다는

하소연이 떠오른 것이다.

넓은 집의 청소,

나무 계단이며 구석에 쌓인 먼지,

그리고 누구도 관심 없는 청소에 대해 힘겨움을 느낀다.

어김없이 내 일이 되어버린 청소,

라디오를 틀고 청소를 하면서

딸아이에게 욕실에 뜨끈한 물 받아 머리 감고 있으라고 말하고,

분주하게 청소를 했다.

청소와 아이를 씻기고, 친정으로 향했다.

벚꽃 나무에 아직도 남아 있는 늦게 핀 꽃송이와

바람에 꽃잎 떨어진 자리에 꼭지로 남은 손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난 겨울도 힘겹게 보냈고,

봄 또한 기운 없이 보내고 있는데

잎들은 준비라도 한 것처럼 연초록으로 파도친다.

그들의 질주에 기가 죽는다.

황사 바람에 눈 못 뜨는 딸아이를 허리에 매달고,

머리카락을 날리며 걷는다.

친정 엄마 죽 쑬 쇠고기 갈아 손에 쥐고, 딸과 함께 걷는 길

엄마와 나는 그런 추억이 없다.

어린 시절 대청마루 넓은 집 청소를 하면서,

문창시장에서 토끼 먹일 시래기를 모으고,

좀 커서는 혼자 다락방에서 문 닫고 혼자 놀기에 열을 올렸다.

딸이 걷다보니 힘드는 모양이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달래본다.

노란 민들레꽃과 그 옆에 쑥쑥 자란 민들레는 벌써 꽃씨를 날렸다.

몸 혹사하며 일찍 꽃씨를 놓아버린 엄마를 찾아

딸의 손을 잡고 나도 가벼워지고 있다.

삶으로부터, 추억으로부터, 딸 노릇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