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걸어보니 지금 짐을 싣고 있다고 한다.
어제,
안 그래도 속이 ??었을텐데,
이사오는 집이라도 쌈빡하게 보이라고
몇시간을 쓸고, 닦고, 문지르고 했다.
어렸을적부터 난 자신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만큼 잘 살 자신이 있었다.
단, 가족중 누군가가 오래도록 병원신세만 지지 않는다면...
그럴때는 빈 독에 물 붓듯 들어가는 돈을
감당하기 어려우니까.....
지금?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건 알지만 그래도 아직은 자신있다.
동생은 오늘 쓰디쓴 눈물을 삼키며 보증금 500만원에 월25만원인
월세를 얻어 들어온다.
낭비는 커녕 미련스럽게 아끼는 동생,
그리고 성실한 동생남편,
살던 전세보증금을 뺄수 밖에 없었다
그 집에 기약없이 돈 잡아먹는 귀신이 있다.
표현을 귀신으로 했지만 내가 아주 예뻐하는 조카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골수와 척추꼬리뼈에 물이 차서
다행이 골수에 찬 물은 뺐지만,
척추는 어려웠다.
뒤뚱뒤뚱 겨우 걷는 모습.
9살이지만 지금껏 종이기저귀를 사용해야 한다.
방광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혹시나, 혹시나 하는 기대.
대.소변 조절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처절함으로
지금껏 받은 수술이 네번.
의사들은 절대 확답을 안 한다.
그 입장에서 보면 그럴수 밖에 없다 싶으면서도,
번번히 애 고생, 동생의 마음졸임,늘어가는 빚을 보면,
기약은 있는 것인지, 어느정도의 희망이 있는지,
재차 조금만 다져가며 물어도 대답은 한결같이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 뿐,
포기할 단계도,
확신할 단계도 아니라는 말 뿐.
무슨무슨 새끼,아주 나쁜 넘, 도둑 넘등등
그런 애메모호한 말을 들을때마다
내가 알고있는 모든 욕이 목구멍에 걸려서 나올 때만 기다린다.
다시 수술 일정은 잡히고,
이번엔 전세금이 병원 원무과로 들어가 버린다.
그래도 지엄마 입에서 나오는 말은
"더 바래지도 않아, 대소변만 그것만 가려주었으면..."한다.
정말 지랄같은 세상인게 확실한 것은
비빌 언덕도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