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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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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따리를 싸는 아이


BY 봄비내린아침 2001-04-07

봇따리를 싸는 아이..

봇따리를 싸는 아이

둘째 아들 '쫄' 애기이다.

녀석은 참 잘 생겼다.
아니다. 사내녀석이긴 하지만, 참 이쁘께 생겼다.

눈도 크고 피부도 뽀얗고, 콧날도 오돗하다.
지새끼 이쁘지않은 에미가 있을까만은,객관적으로 타인이 평을 해도 쫄은 잘난편이다. 그렇다고들 한다.

둘째를 가질즈음,우리부부는 참 바빴다.
그런데, 덜컥 녀석을 임신하고 보니, 기쁨보다 앞일이 걱정되었다.

우리 부부는 어쩔까? 어쩔까?
고민을 했고 짧았찌만 죄받을 생각도 잠시나마 했던게 사실였다.

물론 시어머님과 친정 엄마의 반응은 경상도 말로 '택도없는 소리'라며 펄쩍 펄? 뛰셨다.

"내 키워주마"
생각지도 않았었는데, 좀 깐깐하신 시어머님이 선뜻 언약을 해 주셨고, 그래서 또랑하게 잘 생긴 녀석을 열달후 품에 안게 되었다.

몸조리 1달후부터 쫄은 할머니손에서 쭈욱 자랐다.
3돌이 가까워오고, 어린이집을 다닐즈음에 데리고 왔으니,
두분 어르신 눈에는 미운정, 고운정이 잔??박혀서 언제나 어디서나 쫄이 최고였다.

"쫄만치 잘난 아니 난 아직 본적이 없데이.."
하시며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틈만 나면 등에 붙이고 다니신다..

너무 이뻐하신 탓인지 점점 갈수록 버릇이 없어졌고 막무가내가 되어갔다.
내가 행여 혼이라도 낼라치면 어머님은 내 손을 꺾으시며
"괜찮다.. 커면 나아져.. 일루 와 쫄아, 할머니랑 슈퍼가자"
시며 나를 막으신다.

밥먹는 것만 해도 그렇다.
말아달래면 말아주고, 비벼달래면 비벼주고, 떠먹여 달래면 떠먹여주신다.

또한 덩치 큰 녀석이 어리게 소리를 하면서 업어달래면 아픈허리를 낮춰 기쁜웃음으로 업어주시고,
목마 태우고, 충싸움하고, 축구놀이며, 물놀이 시중까지...
심지어 어느날은 시댁에 들어서니 작은방에서 아버님이랑 녀석이 화투장을 떡하니 펴놓고는 짝맞추기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
"이 눔이 하두 하자고 해서..."
하며 아버님이 겸연쩍에 웃으셨다.

아닌줄 알면서도 에미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나이고 보니, 도저히 힘을 실어 말릴 재간이 없었다.
웃기는 건, 집에만 오면 녀석은 말 잘드는 제 나이데로의 보통의 아이이다.

그래서 지금도 녀석은 할머니댁에 가는걸 무슨 소풍이나, 상장받는것 만큼 젤로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거기가면, 자신이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고, 얻을 수 있으니까..

봇따리를 싸는 아이

그런데 변화가 왔다.

시동생네가 첫아로 딸을 낳았고, 쫄의 눈에는 자신에게 오던 관심과 애정이 사촌동생에게 다 건너가 버린듯 보였나보다..

이에 쫄의 시샘은 하늘을 찔렀다.
지난 여름방학땐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방학식을 하던 날 어머님은 아예 일치감치 오셔서 기다리시다가 두 손주녀석을 낚어채듯 데리고 시댁으로 가셨다.
"돈두 좋지만, 이눔들 앙상 하니 뼈만 남은것 봐라..

그러시면서 방학 내도록 보약이며 밥반찬에 잔뜩신경을 써셔서 제법 통통하니 살을 올려 보내셨다.

시댁과 우리집은 현재 대구 유일의 지하철 1호선, 종점과 종점이다.
녀석의 반응에 재미가 나신 두분 노인네는 녀석의 사촌여동생을 안고 계속 약을 올렸고,
급기야 약이 오를데로 오른 쫄은 주섬 주섬 봇따리를 챙겼다.

"그래... 가라.. 너 혼자갈 수 있음가..."

설마, 가기야할라구 싶은 마음으로 녀석을 밀쳐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쫄이 나가고 10분쯤을그러려니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하신 어머님이 대문께를 나가 보셨단다.
쫄은 골목어귀 어디에도 없었다.

화들짝

난리가 났다.
두분 노인네는 양쪽 방향을 거슬러 쫄을 찾아나섰고
"쫄아, 쫄아"
형인 짱도 덩달아 눈물까지 뿌리며 사방으로 뛰었다.

한참후
쫄을 찾은곳은 지하철역 입구에서였다.
부비고 문질러 벌개진 눈으로 가방을 끌어안고 지하철역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잔뜩 부어있더란다.

어머님, 아버님은 손이 발이 되게 삭삭 비셨고, 절대로 가지않겠다고 버팅기는 쫄을 달래어 업고 집으로 오셨다.

봇따리를 싸는 아이

녀석의 두번째 봇따리는 유치원에서 싸졌다.

같은 유치원을 2년 달아 다녔고, 다행히 맘좋은 담임선생님도 2년째 쫄의 담이을 맡고 계셨다.

그리고,특히 쫄을 많이 이뻐해 주셨다.
놀이 시간후 정리하라는 선생님 말씀을듣는둥 마는둥 하다가 결국 쫄은 혼이 났다.
평소 이뻐하고 귀여워하는 담임의 꾸중에 녀석 또 가방을 챙겼다 한다.

"갈테면, 가..너 혼자 가면 나쁜아저씨 잡아갈 걸."
"괜찮아요..나쁜 아저씬 이 세상에 없어요.."
"쫄아,,너 돈 있니?"
"돈 없어도 괜찮아요.. 택시타고 가게앞에 내려서 엄마한테 달라구 하면 돼요.."

어이가 없으신 선생님..
안되겠다 싶으셔서 달래고 다독이고, 또 반쯤은 실갱이를 하여 겨우 제자리에 앉히셨단다.

유치원 졸업식이 있던날,
녀석들은 천지분간을 모르고 낄낄거렸다.
정많고 사람좋은 선생님은 졸업장이며 앨범을나눠주면서 혼자 눈시울을 붉혔다.
따라, 나를 포함한 몇몇 학모들도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 한번씩만 안아보자.."
라며 일일이 쓰다듬고 안아 보듬으시던 선생님.

쫄을 보내며 선생님은 걱정이 참 많으셨다.
"또랑하고 다 잘하는데, 고집한번 피우면 감당이 안되요..
잘해야 될텐데.. 쫄아,, 학교가서는 그럼 안된다.."
라며 따뜻이 쫄을 감싸안으셨고, 녀석은 궁뎅이를 쭈욱 빼내며 싱겁게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봇따리를 싸는 아이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던 날
녀석은 선생님 말씀에 목을빼고 집중하였고, 곧잘 따라하는듯 보였다.
그리고 보름쯤
참관수업이 있었다.
짱과 쫄은 아무리 바빠도 오늘만큼은 꼭 와야한다며,아침 집을 나서면서도 몇번이고 손가락을 걸고, 도장까지 찍었다.

참 대견했다.
어색하게 입학을 한지가 엊그제였건만, 제법 학교 규율이며 선생님 말씀에 적응하고 따르는 쫄의 모습이..

수업이 끝나고 담임과 인사를 했다.
"쫄,,엄마에요.. 힘드시죠......"
선생님이 힐끔 내 얼굴을 보셨다.
"아! 쫄 어머님...오셨구나.. 좀있다 애기 좀 하고 가셔요"
"이쿵.."

윗층 짱의교실에가서 잠시 수업 전경을 돌아보고, 담임과 몇마디 인사를 나누고 다시 쫄네로 오니,
벌써 바지런하고 싹싹한 엄마들이 청소며 정리정돈을 다 한 뒤였다.
다들 빠져나간 교실에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고집이 좀 세죠?"
40쯤 되어보이는 반듯하게 생기신 담임께 내가 먼저 선수를 치듯 물었다.

"그림을 그리라고 했는데, 따라하지않아서 혼을 낸적 있었죠.
그런데 가방을 주섬 주섬 챙기면서 학교에 다신 안오겠다고..
땅땅 큰소리를 치는 거에요.."

"...."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막무가내로 선생님을 쏘아보더란다.

쫄은 고집이 센만치 자존심도 대단하다.
잘못한줄 알면서도 한번
, 아니라고 한건 회초리를 10대 맞아도 숙응하는법을 모른다.
당연, 자신이 잘못한 일임을 아는터라, 이일에 대해선 내게 한마디도 꺼낸적이 없었고,나는 까맣게 모를밖에..

그럼녀서 수업시간 내내 손을 묶어놓고 뚱하니앉아 선생님 눈만 죽어라 쏘아봤다고 한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그나마 분위기 파악은 했든지 교실문을 나서지는 않았다고 한다.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음 숨고싶은 심정..

다행이 선생님은 웃으셨다.
"녀석...생긴건 또 오죽 잘 생겼습니까?
아직 적응이 덜된터라 그러니, 저도 신경을 쓰겠습니다만
바쁘시더라도 어머니께서도 신경을 좀 써주셔요..
담날, 발표를 또 똑부러지게 하길래, 칭찬을 주었더니 제 법 싹싹해졌어요.."

"네.."
교문을 나서는데,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듯이 걸음이 무거웠다.
봇따리를 싸는 아이

돌아오니, 암것도 모르는 쫄은 매장에서 GOD의 거짓말을 흥얼대고 따라하며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심정으로 들여다보다가 지나치며 엉뎅이를 한대 갈겼다
.
"왜 때려?"
큰눈이 나를 올려다보길래 또 한대 쳤다..

"푸하?"
내애길 들은 시댁어른들이며 신랑 반응은나보다 훨씬 덜 심각하다.
"그러다 말겠지.."
"이눔자슥,,학교가 할머니집인줄 아나보네..껄껄"

"다녀왔습니다.."
싱글대며 녀석이 돌아오면
"쫄아,,오늘은 어땠니?"
"재밌었니?"
"혼났니?"
",,,,"
녀석이 숨돌릴 틈도 주지않고 팔을 잡아 끌며 질문을 퍼부으면 내게서 몸을 빼내며 귀찮은듯
"응"
"으......응"
하고 얼버무린다..

"엄마,,오늘은 나 발표 잘했다고 선생님이 사탕주셨다."

엄포, 격려,칭찬등으로 매일 데리고 애
기하다보니, 그래도 인제는 제법 학교란 룰에 적응을 하는듯하다... 행여,저러다 미운털 박혀 1년내도록 고생하게될까봐 노심초사..
매일 녀석손을 잡고 타이른다.
"쫄아,,학교선생님은 할머니랑 유치원 선생님이랑 달라, 너 잘못하면 굵은 매 맞을지도 몰라"
"알아..나두 다 알아"

쫄이 왔다.
가게앞 진열장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잔뜩 볼이 부은 걸 보니,
오늘은 또 무슨 사건을 터트리고 온건 아닐까?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봇따리를 싸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