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카운터 항상 보이는 탁상 달력을 바라보았다.
남편과 헤어져 지낸지 한달을 훌쩍 넘겼다.
이유가 어쨌든....
떨어져 지내야 하는건 외로움 중 하나일것이다.
몇 주전,
남편을 전주로 보내놓고,
시작되지도 않을 일.......
아니 시작 되기를 바라는 일에 대한
불안심리를 안고, 점집을 찾았다.
역시! 귀신이였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건 어찌 그리 잘 맞추는지....
신기하면서 그 작은 것 하나에
온갖 기대를 안은 사람 마냥
난 그 점쟁이의 입에서 시선을 놓지 않았다.
"3년을 말아 먹었구만!
올해가 남편한테 대운이 와!
사람은 살면서 3번의 대운이 오지....
첫운이 올해부터야...
복 안나가게 잘 처신해...
그리고, 둘이 지금 떨어져 살구만!
잠시는 좋지만, 길면 안좋아....
얼른 합쳐! 안그럼 둘 중 하나 바람나~"
후후........
올해 운세 그리 나쁘지 않다는 말에
내심 흐뭇했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할수가...ㅎㅎ
복채로 3만원을 내밀며
나오는데, 빨리 정리 하고, 남편이 있는
전주로 내려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어머님과 심한 다툼으로
더 이상 같이 못살겠다며 전주로 내려 가버렸다.
일 핑계도 있지만,
이번엔 아무래도 큰 엉어리가 진듯 하다.
지금, 난 남편없는 시댁에서
시어머님.시동생과 지내지만,
그리 맘 편한 일은 아니다.
아이들도 아빠를 찾고,
남편 또한 그리 편하진 않을 것이다.
부부만의 갈등 뿐만 아니라
시댁문제...남편일 문제...
여러가지가 날 가만 두지 않았다.
어쩜, 나에게도 일이라는게 있어서
잘 견디고 있는지도 모를일......
남편 전주로 내려보내놓고,
2주 정도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유없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올 12월까지 우리 부부는 떨어져 지내보기로 했다.
자리 잡으면 전주로 내려오라 하는 남편.
그냥 서울에서 살아라는 시어머니...
맘을 못잡는 나 자신.......
우린 이렇게 제각각이다.
남편은 내려 가면서 우울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난 이제, 우리 넷 식구만 단란하게 살고 싶어.
너도 여태 고생많이 했잖아.
이젠 우리 끼리도 한번 살아보자"
음.........
날 생각해주는 말 같이 들리긴 하지만,
난 항상 이랬다.
남편이 이끄는대로.
내 고향 버리고,
내 친정.친구들과 멀어지며
낯선 땅들만 밟고 살았다.
그걸 보상이라도 해줄려는 듯
말하는 남편의 말 속엔....
어쩜, 자신도 지쳤다는 의미로 담겨 있을것이다.
그래....어쩜 우린 너무나도 많이 지쳤는지도.....
당분간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의 소중함도 깨닫자며 내려 가버린 남편...
이젠....
남은건 앞으로의 일이다.
내가 어떻게 결정 하느냐에......
다니는 학원도 11월에 마친다.
젊은 부부가 너무 오래 떨어지면
안좋다며 무조건 붙어 살아라며
걱정하는 친정식구들....
같이 산다고 해서만 부부인가....
우리 이 땅에 일 문제로 떨어져 사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데.......
큰 갈등으로 인한 별거는 아니지만,
우린 지금 별거 아닌 별거를 한다.
남편의 얼굴을 못본것도 한달 째......
이젠 서서히 무덤덤해질 것인가.....
그리워 할것인가.....
가끔 남기는 남편의 문자 메세지....
어디니?
학원?
애들 데리고 힘들지?
밥 먹었어?
다시 연애 하는 기분도 들어 좋다.^^
우린 아마 떨어져 있으면서
너무나 다른 생각을.........
아님, 너무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6년 결혼 생활 에서
나에게 안겨준거 과연 무엇일까......
지금 내 곁에선
두 아이가 사이좋게 블록을 맞추면서
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