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쉬임없이 흐름으로써 우리를 고문하는
잔인한 세월이여
너를 죽여모든 생활을 얻은들
모든생활을 죽여 너를 얻은들
또 무엇하리
양정자 시인의'가장 쓸쓸한일'의 전문이다.
정말이지 이렇게 스산함이 온 몸을 싸고돌땐 여기까지 와버린 세
월들과, 먼 산에 아스럼 보이는 저 잃어가는 색들이 자신을 너무
나 초라하게함은 나이만이였는지.
가을이 싫어지기 시작하기를 몇년쯤 전이었을까
창문앞 나즈막한 언덕의 나무잎들을 보면서, 갑자기 닮아가고 있
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난 이계절과 정을 떼기 시작했다.
쉼한번 쉴 여유조차 주지않는 세월앞에 자유로울 존재는 아무도
없지않겠는가.아무리 자연의 법칙이라지만 자신의 여정이 이시점
에서 모든걸 공유해야 한다면 난 과감히 신께 거부의 손짓을 보
내고프다.좀 여유를 달라고,뒤를 한번만 이라도 좋으니 돌아보게
해달라고......
그렇게 앙상하고 외로워 보이던 가지들 사이에 하루가 다르게
어우러지며 풍성해지던 봄의 색깔들이 아름다울 수가 없었는데
파릇파릇 연두색에서 풍만해지던 그 녹색들
세상이 모두 자기것인양 그 의기 양양함은 어디로 보냈는지
흐트러지게 너울거리던 그 여유로움은 어디에 머무는지
커피한잔에 마주앉으면 이유없이 고맙고 반갑고 감사했는데
어쩜 거울앞에 앉은 내모습인양, 세월 앞에는 자유로울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는것을 이미 알아버린듯이......
먼 훗날 가을의 색깔들은 참 아름다웠노라고, 가을의 하늘은 끝
없는 꿈들이 영글었노라고 말할수있게 맑은 맘으로 살아 보련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