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사무실 앞에서 만나자고 하길래 의아함을 뒤로 하고 나갔더니
화사한 보라빛 히아신스 화분하나를 건네주는 것이다.
잊고 있었는데...
그 언니가 언젠가 며칠간 휴가를 낸 적이 있었는데
내가 잠시 일을 대신 보아준 적이 있었다.
아마도 언니는 그날 이후로 죽 뭔가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으셨나 보다.
말 한마디로 고맙다고 해 두기에는 마음이 좀 그러셨는지
기어이 꽃을 안겨 주셨다.
향기가 얼마나 진한지 사무실 책상위에 놓인 히아신스는
며칠동안 고운 보라빛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 휴일을 보내고 출근해 보니
소담하게 올라와 있던 자잘한 꽃잎들이 옹기종기 매달린
한 송이의 보라색 꽃에
틈새를 비집고 나온 다른 한송이가 보태어져
둘이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었다.
잠시 일을 멈추고 그 꽃을 바라볼 때마다
언니의 마음이 살갑게 다가와
괜스레 빙긋 웃음지어 보게 된다.
꼭 양파같이 생긴 그 꽃은 물에 담그어져 있는 것인데
어쩜 그리 향기가 남다른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당긴다.
그 꽃을 보면서
난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도 저마다 자신을 꽃에 비유한다면 한가지씩 떠오르지 않으려나
그럼 나는 무슨 꽃이려나
뭐 그런 상상속에 잠깐씩 빠져들며 그 향기에 흠뻑 취해본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그리 한다.
살아가면서 우린 무수히도 누구에겐가 빚을 지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내가 아는 빚이 있고, 내가 모르게 본의 아니게 지는 빚도 있을 것이다.
그럴때마다 마음속에 담아두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해 보는 일은
참으로 좋은 생각인 듯 하다.
그런 일이 습관처럼 자연스러워 진다면
서로에게 사소한 오해나 갈등을 다소 줄이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주 낭만적인 사람이 아닐지라도
가끔씩은 주고 싶은이에게
한다발의 꽃, 작은 화분 한점이라도 건네주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은 아름다워 보인다.
살아있는 동안에
무슨 날이 아니고서도 꽃 집에 자연스레 발길이 머무르면
아는 이들에게 꽃 향기를 선물해 주는 마음으로 살면 어떨까?
주는 기쁨은 언제나 그렇듯 밝고 환한 미소로 되돌아와
편안함을 오래도록 가질 수 있게 도와주니
나는 언제나 먼저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진다.
이렇게 맑은 아침에도
여전히 보라빛 향기로 나를 취하게 하는 히아신스!!
나도 누군가에게 늘 그렇게 향기로운 이로 남았으면 ...
이 봄이 다할 때까지
언니의 마음을 담은 그 꽃을 곁에 두고 볼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