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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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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대접 받고자 하는대로 남에게 하라.


BY 지따 2002-04-01

전 혜린이라는
우리 근대의 젊은 작가가 왜 그렇게 젊은 나이에
요절했을까........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 역시
내가 스스로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유
절대적으로 나를 따라 다니는 대 명제때문임을 안다.
끊임없이 왜 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가끔은 그냥 아무생각없이 살고픈데
그것이 맘처럼 쉽게 되질 않는다.
타고 난 성격탓이고, 그래서 성격이 팔자를 만든다는 것인가 싶다.
대한민국의 기준에서 보면
난 참 괜찮게 사는, 예쁜 아이들과
가끔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 머리로는 곧잘
이해를 하는 척하는 남편과
너무나 유교적이라 나를 힘들게하지만
경우가 전혀 없지 않은 말그대로 양반이신 시댁과......
경제적으로 큰 곤궁은 면하게 하는 살림살이며
스스로도 받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는 편인데.......그런데도
난 늘 아파하며 사는 기분이다.
아니, 아이들을 보며 행복해하고
길을 걷다가 따스한 봄볕과
부드러운 실바람의 감촉과
이름모를 작은 들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이
행복하다가도
늘 가슴이 답답해 지는 느낌.
난 너무 내 감정에 원초적이고 솔직하게 태어났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든다.
도무지 억눌리거나 왜곡되는 감정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첨부터 여성적이라고 말해지는 내숭조차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희생이라는 말도 너무나 싫었다.
나를 죽여야 한다는 모든 것이 지금도 싫다.
아이들을 셋이나 키우며
내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하고
사랑하니까 스스로 기쁘게 할 수 있는 것들
희생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사랑이라고만 표현하자.
희생은 강요된 노동이나
강요된 감정에 대한 말이다.
내게 주어지는 의무가 다 회피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게 강요되는 희생이 싫은 것이다.
시어른들께 대한 효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지만
여성들도 제 부모에 대한 효를 먼저 이루었을 때
기꺼운 사랑의 맘으로 똑 같은 자발적인 맘으로
남편의 부모에게도 효를 행하게 되지 않을까.....?
난 명절에 내 집을 먼저 가고 싶다. 그러면 남편도 물론
그럴테지. 난 이해하고 타협할 의사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누구도 내 이해나 타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린 누구나 고민 할 필요가 없고, 다툴 필요가 없다.
결혼만 한게 아니라 시집을 왔으니까.
시집을 간다는 게 무슨 의미인 지
조금만 명료하게 알았던들 내 외로움과 독립하고 싶은 섣부른
욕구를 결혼이라는 돌파구로 찾지는 않았을텐데.....!!
어떤이들은 내 감정에 충실한 나를
아직 어리다 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이기적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난 나를 자연적이라 하고 싶다.
꾸미는 자체를 싫어하고 꾸며서 사는 삶도 싫고
자연을 역행하는 모든 것은
건강하지 못하고 생명력이 없다고 느끼는 것 뿐이다.
난 그저 우리 엄마를 보고 싶을 때
먼저 보고 나서 시어머니께 잘 하고 싶다.
내게 시댁에 대한 도리로 먼저 찾아 뵐 것만 강요한 다면
남편에게도 똑 같이 요구하고 싶다.
평등하지 못한 것도 건강하지 못한 것이다.
남편은 이런 내게
답답하다며 대범해지라 한다.
전혀 강요되는 것이 없고, 우리 집에 가면 대접만 받고
장인장모에게서 어려운 사위로서 받들어지는 그가
내게 허허롭게 대범해지라 한다.
남편들이 여성들의 입장에 똑 같이 선다면
과연 남자들은 얼마나 대범해 질 수 있을 지 보고 싶다.
사람은 그저 남과 여가 아니라
누구나 자연스럽게 섞여서
서로 위해주되,
억눌림없이 살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여자로 엄마로 딸로 며느리로
한 평생 살아내는 것이
우리나라에선 왜이리 가슴 답답하게 느껴지는 지 모를 일이다.
정녕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