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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25


BY 후리지아 2002-04-01

어느새 개나리꽃은 시들어가고, 초록의 잎새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봄은 소리도 없이 와서 세상에
꽃잔치를 벌여놓고는 슬그머니 사라져 버립니다.
지난해도, 맞았고, 전해에도 맞이했으면서 봄꽃들이 하나,둘...
피어나면 우리는 감탄을 합니다. 봄! 이라고...

내년에도, 그다음해에도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곁에서 늘 지켜주시고, 제게 무슨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와
주시던 막내오빠댁이 좀 먼곳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이젠, 한밤중에, 새벽에 일이생기면 어쩌나 하는 가슴 막막한
생각이 들어 밥맛도, 기운도 없다는 것이 느껴졌지요.
저와는 일곱살 차이가 나는 오빠입니다.
저와 오빠의 사이에 다른 형제가 없기 때문에 다른 남매보다
좀더 가까운 사이로 늘 지냈지요.
저보다 결혼을 좀더 늦게한 오빠는 자식이 없습니다.
불임부부이지요, 그러나 자식이 없다는 것에 대하여 불평 하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오빠내외는 조카들이 그저 다 자식입니다.

제가 첫아이, 둘째아이 출산때며, 제게나, 아이들에게 일이 생기면
늘 남편이 오는 것이 아니라 오빠가 오셨습니다.
아이 출산때도 오빠보다는 남편이 지켜보아주고, 아이 첫대면도
남편이 해주면 좋으련만... 남편은 늘 바쁘다는 핑계로 제게
일이 생기면 막내오빠께 연락을 취해 오빠가 가게 만듭니다.
어쩌면 막내오빠가 절 많이 아끼고 사랑하니 무슨 일이든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을 악용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전 일이 생길때마다 남편이 곁에 있어주길 원했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언니가 디스크 수술을 받아 회복이 다 되지않은
상태에서 일이 생긴것입니다.
올캐언니의 친정 올캐가 아이들 둘을 버리고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친정에서 맏이인 언니는 집안의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늘 도맡아
했었지요, 친정어머니가 계시지 않은탓도 있지만 언니의 형제들이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언니의 남동생이 이곳에선 밝힐 수 없는 형편에 놓인탓에 늘 불안해
하며 살았던 언니, 오빠이신데...
드디어 일이 벌어졌고, 아이들이 시설에 맡겨 진 것입니다.
큰아이가 초등4학년이고 작은아이가 4살입니다.
언니는 늘 못마땅해 했었지요...친정올캐가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하여, 하나만 낳고 그만 두라 했는데 아이를 또 낳는 올캐를
이해 할 수가 없다고...결국은 그 아이들이 언니의 차지가 되었지요.
나이 50을 바라보는 언니는 나이만 어른이지 생각이나 행동이
늘 어린애 같습니다. 나이적은 시누이인 제가 언니 같을 때가
많았으니까요...더구나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언니로써는
난감하기 그지 없었을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어디 밥먹이고, 입히기만 해서 되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날마다 언니의 스트레스는 늘어났고, 수술 받은
허리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 몸을 가지고 이사를 했으니...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언니를 보니... 다 늦게 무슨 팔자인가 싶었습니다.

사실 막내오빠 내외는 세상에서 가장 팔자좋은 부부라고 다른
오빠내외들이 부러워 했었습니다.
무자식 상팔자라고, 자식들때문에 속썩을 일도없고, 학비 들 일이
없으니 철마다 등록금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가끔 조카들 용돈을
넉넉히 챙겨주니 인기도 좋았고...

전 언니에게, 기왕 키워주려고 맘 먹었으면 잘 키워야 한다고,
다른 생각하지 말고, 뒤늦게 하늘에서 자식을 주셨다 생각하라며
힘들다는 생각보다 감사한 생각을 하라 말을 했지요.
그러나 언니는 아이들이 불쌍하긴 하지만 정말 힘들어 키울 수
없을 것만같아 겁난다고 합니다. 시댁으로 인하여 마음 상하는 일
한번 없었는데, 친정때문에 오빠를 힘들게 하는것 같아서 미안하고
시댁식구들께 얼굴을 들 수가 없노라고...
그렇긴 하지요, 시댁에 일이 생기면 친정집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 언니이기에 도리가 아닌것을 알면서도 슬며시 빠지기 시작을
합니다. 그때마다 위의 오빠들이나 올캐들은 괜찮다 시지만
언니는 편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산다는 것은 그렇습니다.
살면서 예정되어진 사건만 당하며 사는것은 아니지요.
어느날 어떠한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으니, 늘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잡고 살아야 합니다. 행여 잘 못잡고 있다가 때를 놓쳐
버리는 불상사는 만나지 말아야 하니까요.

절대, 봄이 오지 않을것 처럼 지난 겨울은 추웠습니다.
추운겨울에도, 따스한 이봄에도, 하늘의 별은 총총 합니다.
상현달에서 하현달까지 변하면서도 힘들단 내색한번 하지않는
달이 기특해 보이기 까지 하는 봄날 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매일 변해야만 하는 달의 의무처럼 살아야 하지는 않을까요?
매일을 변하며 살아도 그 이름은 달이니까요...

산다는 것은...
살면서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나더라도 흐트러 지지 않고,
매일 변하며 살아도 그 이름이 달 이듯...
우리 자신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