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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운 친구여


BY 쟈스민 2002-04-01

내 고운 친구여

한낮의 햇살이 몹시도 아름다운 오후입니다.

점심을 먹고 난 우리는 볼을 스치는 바람이 너무 좋아서
한참동안 밖을 거닐며 그간의 사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흉어물 없이 서로의 속마음을 모두다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지금 내 가까이에 있음에 난 감사한 마음이었지요.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더군요.
미워하는 것 보다 더 무서운것은 바로 무관심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마음을 숨기며 사는 일은
쉽지만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 기대하려 하질 않았으며,
더 이상 채근하지도 않는 내 자신이 거기 있었습니다.

두마디말로 할것도 단 한마디 말로 줄여 버리고
그나마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살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
무슨말로 다 이해시킬수 있으려는지 자신은 없지만
아뭏튼 사는게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만은 사실인 듯 합니다.

아무리 애를 쓰며 퍼담아도 담아도
그저 텅 비어 가는 느낌 지울 수 없어
삶은 늘 빈지게인데도
그 무게감은 날로 더하기만 하는 걸 보면서
삶은 그저 그런 것이려니 나름대로의 정리를 해둡니다.

그녀와 나
우리 둘은 어찌보면 닮은 구석이 참 많은 사람들입니다.
어떨땐 서로 너무 비슷한 면이 많아서인지
그녀의 아픔이 때로 내 것인양
마음아파질때도 참 많습니다.

한없이 여리고 마음착한 친구에게
오늘은 요즘 내 사는 이야기 ...
그리 즐겁지 못한 이야기였지만
꾸밈없는 솔직함으로 나눌수 있어서
돌아오는 길목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을 내게 주었습니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만큼의 미움이 고개를 드는 시간에도
어김없이 그녀는 내 곁에서 나를 붙잡아 주곤 했습니다.

그녀의 촉촉한 눈시울에서 우린 말하지 않아도 느낄수 있는
사랑을 볼수가 있었습니다.
이성간의 사랑이 아니고서도 이렇듯 가슴따뜻한 교감을
서로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내 고운 친구가
지금 내 곁에 있으니
나는 그래도 참 많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상처를 받아본 사람만이
상처입은 가슴을 감싸 안을 수 있는 깊이를
가슴속에 키우며 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봄은 여전히 우리곁에 머무는데
그래도 여전히 가슴 아프고,
가슴은 여전히 시리기만 합니다.

오늘 따라 유난히 쓴맛이 느껴지는
커피한잔 감싸쥐고
가슴을 스치고 지나는 한줄기 바람을 맞고 있었으니
그 마저 우리 둘은 닮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둘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조차 닮아 있었으니
10년후쯤을 기약해 보기로 해 두고는
다시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보자 했습니다.

아름다운 이를 만나면
가슴언저리에 남겨 두었던 좋지 않은 기억과 흔적들을
흩어지는 봄꽃잎 마냥 날려버리고 싶어집니다.

그리고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편견없이 바라다 보며
내게 온 모든 이들을 마음으로 대하며 살으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그 친구에게만은 할 수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