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할머니는 아흔셋에 저 세상으로 가셧읍니다.
저 세상으로 가시기 한 삼년여를 당신의 정신을 어디엔가 놓아버려선
많은 사람들을 지치고 힘들게 하셨읍니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할머니를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읍니다.
저희는 구 남매 입니다.
제가 그 중에 둘째인데 할머니는 형님 내외분께서 모시고 있었고.
저희부부는 홀로된 아버지를 모시고 있었읍니다.
아버지의 몸도 건강하시지는 않아 집 사람이 힘들었겠지만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형님이나 형수의 모습은 보기에도 너무나 딱했읍니다.
어쩌다 형님댁에라도 가면.
대문을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오물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할머니께서 대, 소변을 가리지 못해 나는 냄새였읍니다.
코를 싸쥐고 할머니의 방문을 열으면 냄새와 함께 할머니의
투정과 고함이 튀어나옵니다.
" 왜 밥 안줘? 나 굶겨죽일거야? "
분명 형수님이 진지를 들였을텐데
할머니는 배 고프다고 악다구니를 써 댑니다.
할머니께 들어가 인사라도 하려해도 워낙에 심한 냄새때문에
그냥 방문밖에서만 할머니께 인사를 들이고는 서둘러 할머니의 방문을 닫습니다.
하지만 제 집사람은 달랐읍니다.
작은몸 어디에서 그런 당찬구석이 있는지.
비위도 좋게 할머니의 방으로 들어가서는 할머니의 요강을 비우고
방걸레로 박박 문지르며 할머니께 말을 거는 겁니다.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할머니의 오물냄새에 머리가 터져버릴것만 같은데도
" 당신은 안 늙어? "
라는 말로 나를 무안케하고는 주섬주섬 할머니의 옷 가지들을 갖고나와서는
세탁기도 아닌 고무장갑낀 손으로 박박 문질러 빨아 넙니다.
한편으로는 고맙고 이쁘면서도.
쉽게 내 할머니께 닥아가지 못하는 제 자신은 한없이 못나 보입니다.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할머니의 방이었는데.
과연 할머니 살아생전 내 스스로 그 방문을 열어본것이 몇번이나 되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기 그지 없읍니다.
집 사람의 말대로 나 역시도 나이가 먹을 것이고.
나 또한 늙고 병들면 어떤 모습이 되려는지 알수 없는데.
냄새난다는 이유와 더럽고 불결하다는 이유로
할머니의 방문은 좀처럼해서 제 손으로 열지를 않았읍니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랬읍니다.
아들인 내 아버지 조차도 그방문을 여는것에 겁을 냈으니까요.
형님과 형수님의 푸념도 점차적으로 늘어만가고.
지쳐가는 모습이 제 눈에도 역력히 보이지만.
아무것도 도와줄수도 없었고. 솔직히 말해 할머니를 우리집으로 모시고 가라할까봐
두려웠읍니다.
아홉손자 손녀들을 모두가 할너니의 손으로 길러내었는데도
그 은공도 모르고 그저 정신나간 늙은이 취급만을 하며
누군가 할머니의 굳게 닫힌 방으로 등을 밀어버릴까 전전긍긍 눈치만을 보았읍니다.
할머니의 방은 제겐 두려움이었고.
짐승의 우리처럼 냄새나고 지저분한 그런곳이었읍니다.
할머니방의 문고리를 잡으려해도 무언가로 그 문고리를 싸야만 잡을수가 있었읍니다.
혹시라도 할머니의 인분묻은 손으로 만졌을까 싶은 마음에서 말입니다.
젊어서는 그리도 깔끔하고 정갈하셨던 분인데
어쩌다 저리도 정신을 놓으셧는지 알수가 없었읍니다.
아들도, 손주들도 할머니는 알아보지 못했읍니다.
그저 배 고프다는 말씀만 하실뿐.
어쩌다 본 정신으로 돌아오시면 온갖 오물묻은 사탕쪼가리 같은것을 손주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 하셧읍니다.
빼꼼히 열고바라보는 못난 손자에게 말입니다.
얼굴에는 어린아이같은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할머니는 손자를...손녀를.. 그리고 손부들을 기억하셧읍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잠깐뿐이었읍니다.
그렇게 삼년을 본정신이 아닌 할머니의 방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 삼시세때 외에는 거의가 열리지 않은채 꼭꼭 닫혀 있었읍니다.
여름에는 냄새가 새어나온다는 이유와
겨울에는 찬 바람 들어간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당신손으로 모두 길러낸 우리들에게 철저히 외면을 당하신채
어둡고 칙칙한 그 방에서 그렇게 당신의 생을 마감하셧읍니다.
쓸고 닦고... 할머니 돌아가시고 그렇게 치웠어도 할머니의 냄새는 쉽게 가시지를 않았읍니다.
모두가 코를 틀어막고 외면들을 하였읍니다.
결국 할머니의 방은 형님의 손으로 헐리우고는 창고로서 쓰고 있지만.
지금도 형님댁에 가면 할머니의 냄새와 소녀같던 미소가 생각이 납니다.
그때보다는 지금은 조금더 내 나이가 먹고...
조금더 어른이 되어오니 많은 후회가 됩니다.
살아 계실때 한번이라도 할머니의 방문을 열어 볼것을...
내미시는 손 한번 따스히 잡아드릴것을...
지금와서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줄 알지만.
죄스러움에 할머니의 산소에라도 가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집 사람은 재재거리며 무덤속의 할머니와 많은 얘기를 합니다만.
저는 그저 묵묵히 막걸리잔만을 올리고는 넙죽 큰절만을 할뿐입니다.
할머니, 철없었던 손자.
용서하시고 저승에서나마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