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삼십도를 넘겠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남편은 화천에
가자고 서둘렀다.평소에는 아침 여섯시 전후에 식사를 하지만
오늘은 삼십분 늦게 밥을 먹었다.아침 식사를 그렇게 일찍 먹느
냐고 놀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아이들 중학교 다닐때 부
터 일찍 먹기 시작 했는데 지금도 줄곧 그 시간을 지키고 있다.
남편도 여덟시쯤 출근하고 아들녀석 들도 한참 쉬었다 나가지만
아무도 밥을 일찍 먹는다고 불평 한 일없이 잘 일어난다.어릴때
부터 지금까지 밥상을 두번 차린 일이 없이 가족이 항상 같이
먹었다.방학때도 일찍 먹고 이를 닦은 다음 다시 들어가 자기 할
일을 하던 잠을 자던 언제나 똑같이 밥상앞에 앉았다.그런점에서
이 엄마를 얼마나 편하게 했는지 여러번 상을 차리고 깨우는데
애를 먹는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로 새삼 알게 되었다.그대신 일
찍 나가는 아이만 밥을 먹으라며 차려 준일 없이 남편과 나도 마
주앉아 같이 먹어주니 아이들도 밥맛이 없을 고 삼때도 꼭꼭 아
침을 먹고 나갔다.서론이 길어졌는데 오늘은 남편따라 극장에 가
지않고 화천으로 향했다.날씨는 더웠지만 강을 끼고 달리는 경
치는 아름다웠다.휴가를 떠나는 차량이 많을것을 염려 해서 일
찍 서두른 덕에 막히지 않고 화천에 도착 했다. 길가에 장이 서
있었다. 아마도 장날인듯 했다.한쪽에 차를 세우고 구경 하기 좋
아 하는 남편이 재미 있어 하며 한바퀴 돌아 보자고 했다.남편과
나는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 모습이 더 없이 정겹게 느껴 지는것
같다.뻥튀김 장사 옷 장사 생선장사 꽃가게 아저씨가 양란을 내
다놓고 있어서 비닐 화분에 들어 있는것을 세개 사달라고 했다
내 지갑에 돈이 들어 있어도 이런 날은 남편에게 사달라고 조른
다.집에까지 가는동안 시들지 않을까 걱정하며 비닐봉투에 싸서
두손으로 안고 또 파란 햇사과도 한바구니 삼천원을 주고 사고
애 호박도 샀다.서울에도 많이 있는 것이지만 웬지 더 싱싱 한것
같았다.남편도 즐거워 하며 연신 천원짜리를 꺼냈다.올망 졸망
검은 비닐에 담은것을 들고 차를 타고 메기를 만나러 갔다.월간
지 부록에 소개된 식당에 가니 중년 부부 열명이 재미있게 이야
기를 하며 앉아 있었는데 식당에서 바라보는 파로호는 그림 처럼
아름다웠다.호수 건너편에는 얕으막한 산이 있는데 그 산의 능선
도 부드럽게 다가오고 물은 잔잔 한데 유람선이 한척 지나고 있
었다.잠시 호수에 눈길을 주고 있노라니 남편이 옆방에서 월간지
를 가지고 와서 건네 줬다.메기탕을 먹으러 갔었는데 메기구이
가 있어서 그걸 주문 했다.탕은 전에도 여러번 먹었으니까 새로
운 것을 시키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기다리는 동안 책을 뒤적
이며 가끔 고개를 들고 호수에 눈길을 주기도 하고 옆에앉아 웃
으며 얘기 하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어느 아저씨가 자신은 부인
을 깨울때 돈 하면 부인이 벌떡 일어 난다고 웃으개 소리를 하면
모두 왁자지껄 웃고 듣고있던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결혼 하
면 여자들은 다들 그렇게 돈을 좋아 하는걸까. 일리 있는 농담이
라고 생각 했다.돈을 빼 놓고 어떻게 생활을 할수 있겠는가.집
밖으로 나가면 그때 부터 돈이 필요 하다.어디를 가려 해도 교
통비도 그렇고 누구를 만나도 돈이 있어야 한다.하나 부터 열까
지 돈을 떼놓고는 살수 없는 세상이다.옛날에 시골을 가니 친척
분이 서울 사람들은 물도 돈을 주고 사 먹으니 얼마나 힘들겠냐
고 걱정 하시는 소리도 들었다.그 말씀 들은것도 오래전 일이다
매미도 울고 나른한 팔월의 파로호를 바라 보며 구이와 탕을 먹
고 한참 쉬었다가 막히기 전에 가자고 해서 교대로 운전 하고 돌
아 왔다.파로호의 한낮은 조용하고 한가로웠다.피서객은 부부팀
과 우리 부부 뿐이라 식당의 수입이 걱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