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적이고 자기 위주인 남편하고 모임에 다녀오면
뭔지 모르게
겉으로 표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내 몸을 압박한다
남보다 제일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남을 지나치게 배려하다 보면
나는 그저 거리의 아이처럼 내동댕이쳐지기 일쑤다
다른 사람들은 짝을 찾아서
벌써 차에 오르는 데
우리 신랑은 아직 오지않은 그 누구를 대신해서
기다리고 연락하고
똑같은 위치 똑같은 자격을 가지고
식당에 들어서도 남에게 상석이라고 하는 모든 자리를
내어주고 자기 안사람에게
제일 귀퉁이 자리에 앉기를 희망한다 ..
이런 일연의 모든 행동이 축적되어 그는 남에게 인기좋은 사람인지
모르지만 ..아내인 나로서는
타고난 이타주의자도 못되고
은근히 부아가 나고 때로는 자존심이 상하기까지 한다
이제 좀 그만 좀 해 주었으면 하는 이기심이 고개를 든다
남의 집 집들이를 가서도
우리 남편이 편하니까
그집 주인은 앉아서 고스톱을 치고 우리신랑을 불러
큰상을 창고에서 꺼낸다 .
이번에도 단 한벌밖에 없는
잠바를 술취한 친구가 춥다 했다고
그 친구를 입혀주고 그 친구는 부산으로
잠바를 입고 가서는 함흥차사이다 .
그만큼 이물이 없고 친근하고
더없이 편한 사람이니 그렇다고는 하지만 ..
왠지 내게는 그 모습이 때때로 싫기까지 하다
이번에도
영락 없이
예약된 방이 하나 부족하자
이미 두시간이나 먼저 도착한 나에게
무조건 양보하고
임시루 빌린 두칸짜리 방으로 짐을 옮길 것을 강요하며
--더구나 나와 사전 동의도 없이 우리 마누라는 무조건 나의 뜻에
동의 할 것으로 믿구 동의 하지 않을 것은 상상도 하지 않은 채루
그 방은 더구나 한실이구
각자에게 배분되는 방이 아닌 고스톱을 치기 좋은
다시 말해서 대중을 위한 거실이라고 하기에 적합한 방이었다
더구나 ..맨 마지막으로 우리와 같은 양보심을 가진
그 누군가와 같이 방을 써야 하는 .....
--다행히 나중에 빈방이 있어서 비록 해결은 잘 되었지만 ..
나는 정말 때로 이 모든 ..자기 관리와 자기의 행복(?)을 위한
양보심을 아내인 내가 모두 다 잘 이해하고
받아 주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왠지 싫었다 ..
때로는 그 점들이 존경심을 낳기도 하지만 ....
그래도 ..
처음 보는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거나
불만의 얼굴을 보일 수 없이
간신히 냉정을 찾고 ..
저녁을 먹고 잘 놀았다 ...
아침이 되어 ..
모두들 일정대로
갑사에 갔을때도 .
우리 남편은 무겁고 귀찮은 짐을
(물이나 막걸리등 간단한 .거라고 할 수 는 있지만 )
배낭도 없이 비닐 봉지에 담고
혼자서 땀을 질질 흘리면서 들고 가는 것이다
마치 예전에 산소에 차례 지낼 음식을 져나르는 제지기 처럼 ..
물론 다른 사람들도 느끼는 바가 있어서
그걸 자기들이 들거나 한다고
예의를 표시해도
혼자서 즐겁게 그 봉사와 희생을 (?)즐기는 데는
누구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말하자면 우리 형부와는 정반대 라고 말해야 하나
우리 형부는 화를 잘내고
자기 아내를 괴롭히는 것 같지만
밖에 나가서 자기 아내가 이런 십자가를 지거나
힘든 상황이 되는 걸 본인보다 더 참지 못하시는 분이다
한 예로 시댁에서 동서가 셋인 언니가
언제나 설겆이을 도맡아 하면 당장에 형부는 벌써
밖에서 차에 시동을 걸고 소리 소리 지르면서
얼른 어디론가 가야한다고 악을 쓰신다
결국에 언니가 설겆이를 못하고 그 누군가가 대신 해야할 상황을
만드시는 것이다 ..
우리신랑은 정반대이다
내가 눈치껏 일을 해도
미처 손이 닿지 못하게 앉아 있으면
와서 툭툭 치면서
@@가 왔다고 얼른 밥상을 차리라는 싸인을 급하게 내 놓는다 ..
물론 아내가 일을 많이 하기를 기대한다기 보다는
아내의 흠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
나는 때로 악마적 본능으로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한번쯤 그렇게 할수 있는 남편이었으면
하는 서글픈 이기주의자의 모습을 ...내안에서 보곤 한다 ..
운전을 하다가도
상대가 분명히 잘못을 했는데
시시비비가 없이 무조건
"아 그랬습니까 죄송합니다 .."
이 말이 얼른 나온다 ..
남들은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 할 지는 모르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속은 안 시원하다 ..
오늘 아침 시장을 다녀와서
남편은 운동을 간다고 ..나갔는데 ..
분명히 나간다고 했는데 .....
나는 ..
안방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이구 답답해 @@야 .@@이구 "
나도 모르게 욕을 하고 있었다
고스란히 그 욕을 듣고 있던 ..남편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골프채를 집어 던지고 화를 내는데 ...
자기는 잘못이 없는데 ..
내가 이상한 아줌마라는 표정으로
이 여자의 좁구 인간성 나쁜 관점에서 그렇지만 ..
역으로 나의 입장에서 그런 생각이 들수도 있다는 걸
감안 하지 못한다 아니 감안하고 싶지조차 않은 것이다
"그래 당신은 인간성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싫어 나는 싫단 말이야
때로 자기 자리를 만들고 차지 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봐 나는 ..."
남편이 나가고
큰아이는 내게 야단을 친다.
"엄마 내가 있는데 엄마가 아빠 흉을 보니까 화가 나신 거야 ...
자기 자식에게 그런- 엄마가 흉을 보는 아빠이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아이의 말에 할말을 잃는다
허나 아이야 말로 내가 두번의 설명없이 엄마가 왜 그러는지
너무도 잘 알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이 아이도 나이가
어릴때도 자기 장난감을 손님이 원한다고 내어 주는 일을 경험하고
밖에 나가서 ..나와 마찬가지의 경험을 이미 충분히 했으니 ..
이 아이는 언제나 내게 그런다 ..
"엄마 내가 왜 왕따 안 당하는 지 아셔요 ..
그건 늘 제가 게임에서 져주기 때문이어여 ..
아주 완전히 져주는 여유 ㅡㅡㅡ
나도 그 여유와 자존감을 가지고는 싶다 ..
허나 그 져줄수 있는 여유는 도토리와 도토리일때는 불가하다 ..
밤이거나 잣일때만 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
게임에서 행동에서 언제나 ,,,져줄수 있는 여유
그래 그 여유를 갖기 위해서 나는 정말로 밤이 되어야 한다 ..
내가 잣일때 그건 너무 비참하고
그러나
항상 나는 작은 도토리에 불과하고 ..
내 모습이 작기때문에 ..지기도 싫고
져주는 건 더욱 되지 않는다 ..
좀더 크고 싶다 ..
왜 나는 이토록 자라지 못하는 걸까..
정말 스스로가 부끄럽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누구하고 비교하고 누구에게 샘을 부리지는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
정말로 나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
그 작은 도토리에다 웃옷을 입히면
혹시 조금 자랄 수 있지 않을까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