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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


BY 카시오페아 2001-04-02

바람이 불어 우울한건 아니었다.
불면, 부는대로...
비오면, 비오는대로...
나름의 살아가는 맛이 있었기에, 날씨에 젖어 살지는 않았었다.
사소한 일이 있더라도, 한발 물러서서 보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없었고, 해결하지 못할 일도 없었으며, 산너머 산이 있더라도, 나는 신발끈을 고쳐매고 넘고, 또 넘어왔다.
하지만,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들이 이렇듯 약속이나 한듯이
모다져서 닥쳐올수가 있는걸까.
도와달라는 기도를 평생 안하고 살았건만,
비오듯이 쏟아지는 눈물과 섞이어, 나도 모르게 읖조리게 되는 기도는 허공에 메아리나 되어줄까....
많은 욕심 안부리고, 한갓 미물에조차 조심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 나는 모든것이 허상이었을까...
너무 일찍 모든것이 닥쳐옴을 느낀다.
나, 아무리 싫다고 발버둥쳐도 가시박힌 거대한 벽은 나를 향해 다가옴을 늦추지 않는다.
행복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지금 가진 이만큼조차도 하늘은 많다고 거두어 가실건지.
우리에게서 받았던 그들의 요긴함이,
이제 위태롭게 서있는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잔인한 눈길속에서, 난 이렇게 잊지않고 보고있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더 가지지 못함을 안타까워 한다.
그들이 내어밀때 잡아준 우리의 손길을,
그렇게 매정하게 뿌리칠 수 있는 용기는 부럽지 않다만...
아직은 그들을 원망안하마.
그들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늘은 원망하지 않으마.
벼랑에 서있는 우리를 보며 아직은 즐기려므나....
눈물이 마를때까지 서 있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