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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A씨의 사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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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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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집 아저씨를 살려주세요.." [1]


BY jerone 2002-03-30

내가 그집 문간방에 세들어 살았던게 지금부터 20년쯤 전인것 같다.
가방 하나 딸랑 들고 몸만 간신히 빠져 집나갔다. 아이 둘을 시댁에 보내고..
청바지와 티셔츠 한벌이 전부인 홀홀단신, 31살의 미시(?)아줌마..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가 있는 동네이면서
처녀때 산골마을에 세들어 자취하던 곳이 지척에 있어 그리 낯선 동네는 아니다.
고시공부하는 큰형부 덕분에 서울에서 방빼고 또빼고 변두리에 변두리고 전전하던 끝에 마지막으로 월세살던 질퍽거리는 비포장길의 끝, 사람들은 그곳을 '산골'이라 불렀다.
버스종점에 내려 30분쯤 걸어걸어 귀가하던 산골마을..
이야기가 길어지는 관계로 산골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수색까지 다니는 버스종점이 산골입구,
거기서 좀 더 길게 다니는 버스의 종점이 '사단앞' 즉 '화전'이라는 조그만 마을이다.

마당에 수도가 있고 하루에 한번 한시간 동안만 수돗물을 보내주는 동네지만 주인아줌마가 깔끔하고 부지런해 날마다 시멘트마당이 반짝반짝했다. 아줌마는 약간 신경질적이지만 경우가 앗살하고 나한테 잘해줬다.
고3 아들이 있고 그 위로 스므살 넘은 딸내미가 있고 주인의 나이는 40대 중반쯤 됐지싶다.
까만 피부의 보통체격, 바싹마른 그 아저씨는 전직 군인이라했고 얌전하고 말수가 적었다. 방을 다섯 개쯤 월세주고 사는 집이다

나는 가져간 살림이 없어 TV도 라디오도 없고 심심하게 살면서 새벽기도,수요일,금요일등.. 교회에 나가 신앙생활만 전념하고 있을때였고 읽을꺼리라고는 성경책과 목사님댁에서 빌려온 신앙에 관한 책 몇권이 전부였고 갈곳은 목사님사택과 교회밖에 없었다
가정문제가 해결되기까지 1년쯤 이집에 살았다

그 집은 예수를 믿은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고 가족동반으로 자주 외출을 했는데, 서울 삼각지 어디에 병고친다는 *권사님의 제단에 은혜받으러 간다했다.
우리교회에 등록해서 신앙생활 같이 하자는 권유에 그러마 약속은 했지만 아줌마는 친구들이 다니는 같은동네 좀 더 큰교회에 등록을 해서 교인이 되었고 은혜받으려 삼각지에 다녔다.
나는 그때까지 그집 아저씨가 병에 걸렸고 병고침을 위해 가는줄은 몰랐다.
가끔 그집에서 수재비를 하면 날 불러 같이 먹자했고 난 종종 수재비를 얻어 먹고 성경이야기나 믿음 선진들의 간증이야기를 들려주며 신앙이야기만 주로 했던것같다. 찬송도 가르쳐주고 같이 부르고 가끔 기도해 달라해서 눈감고 함께 기도할 때도 있었다.

어느 한 날..
밤늦은 시간에 고3인 아들이 급한 목소리로 곤히 잠든 나를 깨웠다
아버지가 위독하시단다. 꼭 나를 불러 달라 한단다
"응.. 갈게~" 하고 꼼지락 거리는데 이번엔 할머니가 뛰어오셨다.
"아이고~ 뭐하누~ 빨리빨리 좀 와바~~!"
나는 얼른, 정신을 반짝 채리고 한걸음에 그집(방)에 달려갔다

아저씨: "살려주세요~~. 선생님~~ 목사님~~ 예수님~ 하나님~~~"
나: "아저씨 저는요~ 목사,예수님 하나님이 아니고요~~ 집사예요~ 박집사요~~"
아저씨: "살려주세요~~~ 켁켁```"
가족들은 울음바다를 이루며 엉~엉~~ 울기만 했다
할머니와 아줌마는 울면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왜? 어디가 아프시냐고 물으니..
간염, 아저씨는 간염을 앓고있는 환자라 했다
저녁 먹은게 체했는지 아저씨 배가 자꾸만 불러오고 있었다.
나는 얼른 114에 전화를 걸어 서울에 있는 병원이란 병원은 다 뒤졌다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부병원을 차례로 물어 다이얼을 돌렸다.

나: "여기요~ 긴급환자예요~~ 빨리 엠브란스 보내조요~~~"
병원: "무슨병입니까, 상태가 어떤데요.. 말씀해보세요~"
아저씨는 간염을 앓고 지금은 체해서 배가 막 불러온다고 증세를 설명했다
병원: "아~ 그래요~ 지금 엠브란스가 다 나가고 없는데요~ 병원에 모시고 오세요~"
나: "여기는 화전, 택시도 버스도 없고요~ 차가 없어요~~ 빨리 응급차 보내조요~"
병원: " 오시라니까요~ 차가 없어 나갈 수 없다니까 그러네요~~ 참!"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서부병원.. 모두 한결같이 같은 대답이다.
'아니~ 이 한밤에 웬 응급환자가 그리도 많아 엠브란스가 동시에 다~ 없지...?'
나는 사건후에 이 부분을 깨닿았을 때 참. 살맛이 안났다

얼른 밖으로 쪼르르... 뛰어나갔다
내가 사는집 몇집 아래에 하얀색 포니승용차를 본적이 있다
무작정 그집으로 달려가 방문을 마구 흔들었다
"아저씨~ 자가용아저씨~~ 환자 좀 실어주세요~ 도와주세요~~!!"
자다가 부시시 눈비비고 나온 그 아저씨는 얼른 시동을 걸고 환자를 모셔오라했다
나는 빨리 달려가 아들한테 아버지를 업으라 하고 아줌마를 떠밀어 차에 태워 보내고 할머니를 위로하면서 집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아버지~ 아저씨 살려주세요~ 네~~ 꼭요~"

아니, 이럴수가.. 병원에 간지 두시간이 못되어 환자를 업은 아들이 씩씩거리며 들어오고 아줌마는 힘없이 울며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나: "아줌마! 왜 입원 안했어요? 왜 돌아왔냐고요~~?"
아줌마: "병원에서 집에 가래요.. 병실이 없대요~"
나: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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