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는 편수.
주로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빚어 먹는 만두죠.
쇠고기와 표고버섯, 호박을 곱게 채 썰어서 갖은 양념으로 밑간해서 볶은 소를 만두속으로 사용합니다. 두부와 고기와 숙주를 넣어 빚는 보통의 만두와는 요리법이 좀 다르지만 이래뵈도 전통음식이랍니다. 밀가루로 쫄깃하게 만두피를 만드는 건 같지만 반죽을 얇게 밀어 네모나게 잘라서 사방의 귀를 서로 맞붙이는 네모돌이 편수랍니다. 양지 국물을 미리 끓여 놓았다가 차갑게 식혀서 찜통에 찐 편수를 동동 띄워 먹으면... 담백, 시원한 맛이 입에 착 붙는 만두지요.
근데, 그러한데...
예쁜 경상도 새댁이 편수를 만들며 들려준 만두에 관한 전설은...
하도 기괴해서 등골이 오싹하고 씨원햇으니...
새댁이 서울 남자와 결혼해서 서울로 올라와 참기름, 들기름 냄새 고소하던 신혼의 그 어느날이였으니...
유난히도 만두를 좋아하던 남편은 만두국을 함 끓여보라는 무리한 부탁을 했것다. 한번도 만두를 빚어본 적이 없는 새댁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자 슈퍼에 가면 완제품 만두피를 파니 그것을 사다가 고기와 김치 숭숭 썰어 넣어서 끓이면 간단하다는 남편의 간청에 그날 저녁 만두국을 함 끓여 보리라는 각오로 슈퍼에 갔었는데...
슈퍼에 가보니 진짜루 만두피가 있더란다. 원님 보고 나팔 불고, 방귀 뀐 김에 똥 싼다고 간 김에 만두피를 뭉태기로 샀더란다.
지글지글 콩콩콩...
저녁 내내 부엌에서 분주히 만두국을 끓이느라 정신이 없는데...
드디어
띵똥.
아내:자기야, 내 자기 좋아하는 만두국 끓여놨어.
남편:이구~ 이쁜 각시야.
아내:자~ 많이 먹어.
남편:알았~~~? @#$@^%#??? 이게 뭐야?
아내:자기 말대로 만두피 사다가 김치 넣고 고기 넣고 끓인 만두국이지.
남편:이그~~~참! 니는 만두가 뭔지도 몰라? 세상에 기가 막혀서. 나 안 먹어. 내가 무신 돼지냐? 이건 순 꿀꿀이 죽이잖아!
난생 처음 만두국을 끓인 새댁.
물에 고기를 첨벙 넣고 푹푹 끓여 육수를 낸 후에(고기국) 김치를 숭숭 썰어넣고 끓이다가(김치국) 만두피를 쭉쭉 찢어 넣어 수제비국을 (꿀꿀이 죽)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아내:그래도 넣을 건 다 넣고 끓였는데...
내는 맛만 좋다. 꼭 빚어서 먹어야 맛나나? 뱃속에서 빚으면 될꺼로...
하면서 그 퉁퉁 불은 만두국 한 냄비를 울면서 한없이 퍼먹었다는 애간장을 녹이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요즘엔 구준구준 비가 내리고 오실오실 추운 날에는 그 전설의 만두피국을 끓여서 먹어야만 속이 풀린다는 남편의 입맛에 위로를 삼는다는 새댁의 말에 모두 감탄한다.
우리도 함 끓여 먹자! 각각 먹고 흔들면 뱃속에서 잘 빚어진다는 독립 만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