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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일기(3)


BY ungic 2001-03-30

금연 일기(3)

에피소드 하나

고교 일 학년 때의 사건임을 생생이 기억할 수 있다
내 모교는 기독교 재단에서 설립한 학원이라 다른 학교와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었지

교무실에서 금연하는 것 물론 교실에서도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장실 주변이 흡연실이 되어버린 거야
그 당시엔 흡연실이 따로 없었으니까
화장실 그 안쪽에선 학생들이 밖에선 선생님께서
사제간의 흡연장면 제법 어울리는 편인가?

어느 날 첫 수업이 시작되기 전 또래의 몇몇이 화장실로 몰려갔지
뭐하긴 줄담배 피러갔지
난 차례가 맨 나중 이였어
네놈이 빨아댄 궐연은 누렇게 변했고 남은 길이래야 일 센티 정도
마지막으로 내가 이어받아 필터가 타도록 빨아 들이켰지
그런데 문 밖에서 왠 놈이 노크를 하잖아
『야 임마 다 피우고 빨 것 없어 그냥 가라』
꽁초 비벼 끄고 나오니
노크의 주인공은 똥누러온 삼 학년 이였어

이런 재수 옴 붙었네
순간 사지가 오그라들기 시작했어
그 선배 왈
『이 새끼 따라와』
본관 지하 그 선배교실로 개 끌려가듯 뒤 따라 갔지
얼굴은 누렇게 똥색으로 변하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그곳에 끌려갔다가는 그야말로 개 패듯이 두들겨 맞을텐데
대책이 무 대책이고 보니
앞이 캄캄했어

지하 계단을 반쯤 내려갔을까
몇 놈이 후다닥 좁은 계단을 튀어 올라오더구나 나를 밀치고
왁자지껄한 소리 중에
『잡아라』
『가위로 찔렀다』
그리곤 알아듣지도 못할 비명 같은 소리
나를 끌고 온 그 선배도 그 방 분위기에 휩싸이는 것 같았어
그래 찬스다
죽으란 법은 없는 거야
적의 혼란은 곧 나의 호기인 것을
그건 병법에 나오거든

잽싸게 튀었지
본관 2층 거쳐 운동장 가로질러 실험동을 한바퀴 돌고
별관 우리 교실로 왔지 땀이 등에 배였지
내 딴엔 머리 굴린다고 돌고 돌아 온거지
병법엔 그런 전술은 없어

나중에 알아보니
그 지하 교실에선 이발소(구내이발소) 가위로 목덜미를 찌른 상해사건이 터진거였어
끔직 하지만 생명엔 이상이 없었지
찌른 놈의 기술(?)이 수준급 이였지
우리 모교는 좀 그런면이 있었어
유명(?)했었거든
하긴 그 시절엔 학교마다 조폭 비슷한 무리가 있었지

이게 바로 화장실 줄담배 사건으로
반죽음 일보직전까지 갔다 살아온 얘기
그때 그 사건 없이 그 방에 끌려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 해 볼까
그 시절엔 얼굴 양동이로 뒤집어 쒸우고 집단으로 두들겨 패는 거지
꼬꾸라질 때까지
맷집 좋은 놈은 손해보는 시절이지

그 사건 이후론 치사하게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진 않았어
오늘이 금연 사흘째지
아무렇지 않는걸 보니 백일까지는
수월하게 갈 것 같네
사탕과 은단도 줄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