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전 방학을 합니다.
아이들이 개학이니 제겐 방학이 되지요.
어떻게 한달을 보냈는지 제가 봐도 저 자신이 대견스럽습니다.
외아들인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첫해에 아들 하나를 낳았지요.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다음해에 또 아들을 얻었는데 글쎄 쌍둥이가 아니겠어요?
지금은 3학년과 1학년이니 다 컸다고 생각들 하시겠지만 연년생으로 아들 셋을 키워보세요.
전 누가 봐도 건강한 체격(?)을 가졌습니다.
다니다 보면 항상 곁에 와서 다정히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백이면 백 모두 다이어트 식품 파는 사람들....
하지만 이 체격이 아니고서는 절대 아들 셋을 키울수 없답니다.
전 아파트 3층에 살고 있어요.
저녁무렵 아이들이 모두 학원에서 귀가한 뒤면 제 목청이 커지기 시작하고 아래로 2층 위로 13층이 울리기 시작한답니다.
이해하시겠어요?
이런 내게 이번 여름휴가때 웃지못할일이 있었어요.
챙피하기도 하고 생각만 하면 배시시 웃음이 나오고...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에 갔습니다.
손주라면 끔직히 여기시는 시아버님과 물놀이를 하고 오던 아이들중 쌍둥이 하나가 갑자기 배가아프다고 엄살(?)을 떠는 거예요.
보통 대변이 마려우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 아이라서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가서 똥싸!"
하지만 다른날 보다 뭔가가 달랐어요.
아이가 정말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나 아이셋을 키우다 보면 왠만한 일에는 별 호들갑을 떨지않게 되지요.
시아버님 댁은 화장실이 옛날 푸세식(아시나요? 밑이 다 보이는..)이예요.
아이들은 무서워서 들어가질 못하지요.
하던대로 신문을 깔고 변을 보게했어요.
생각대로 아이는 변을 시원하게 보더군요.
그런데 이게 뭡니까?
아이의 변에서 하얀 실같이 가느다란...거~왜~있잖아요.
꿈틀꿈틀...아이구 맙소사...
그러고 보니 회충약을 먹인지가 1년이 넘었지뭐예요.
제가 누굽니까.
전 아들셋을 연년생으로 키우는 쌍둥이 엄마예요.
그정도에 놀라지는 않지요.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이려는데 글쎄 우리 시아버님
"얘야. 똥에 회충이 나오다니 이건 큰일났다."
당장 병원에 가지않으면 큰일이 난다는 것이었어요.
"괜찮아요. 아버님 약먹이면 되요. 그리고 지금 의사들이 파업중이라서 병원에 갈수가 없어요."
아버님은 절대 제말을 들으시는 분이 아니시지요.
고집하나로 평생을 버텨오신 분이예요.
펄쩍펄쩍 뛰시더니 119에 전화를 하사는 거예요.
"여기 응급환자가 있으니 빨리 오시오이"
말로만 듣던 119 정말 빠르더군요.
그보다 빠른건 쌍둥이의 쾌휴였어요.
아이는 멀쩡하게 뛰놀고 있는데 아버님은 응급환자라는 거예요.
할수없이 저흰 119구급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기사양반 이아이가 응급환자이니 빨리 연무대 종합병원으로 갑시다."
그러자 운전을 하시는 분이 말했어요.
(조금은 퉁명스런 목소리로...) "제가 보기에는 가까운 보건소로 가도 되겠구먼요."
그도 그럴것이 아이는 차 뒷자석에서 뒤에서 구급차를 따라오는 지 아빠의 차를 보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거든요.(아버님이 돌아올때 타고 와야한다고 아범에게 따라오라고 명령을 했지요. 거기엔 나도 구급차를 타겠다고 떼를 쓰던 또 한 쌍둥이와 그의 형이 타고 있었지요.)
"아빠다~ 아빠차다~ 아빠!~~~~~빨리와~~~``형아 메롱~``
두손을 흔들어대며 고함을 질러대는....
아버님의 고집대로 연무대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구급차가 도착하니 의사들이 뛰어나왔습니다.
"교통사고예요?"
으휴.....
멀쩡한 아이지만 그래도 환자라고 왔는데 지발로 내릴순 없지요.
아버님도 같은생각이었는지 얼른 아이를 업으시더라구요.
아버님은 아이를 업고 전 고개를 숙이고 환자라는 아이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처음보는 응급실을 호기심에 차서 구경하고....
남편은 또다른 아이들이 응급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지 않게 하기위해 차안에 아이들을 가두어(?)놓고 지키고 있었지요.
"저기요. 사실은 아이가 변을 .....
제아버님이 고집이 무척....
어쩔수 없이 여기까지 왔는데...."
말을 다 하지도 못했는데 전 머리가 어질어질해 지는 거예요.
'이게 무슨 망신이람...'
"네. 오셨으니 사진이라도 찍어보고 가시지요."
비시시 웃는 젊은 의사를 보는 순간 현기증이 더 심해지는 것이었어요.
간호사도 웃고 다른 의사들도 괜히 와서는 쌍둥이 볼을 한번 만져보고 웃으며 가고...
주위에 있는 응급환자들도 웃는것 같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제서야 아버님도 흠흠 헛기침만 하시고....
"아무이상 없습니다. 약국에 가셔서 회충약을 사먹이세요.
회충약은 1년에 두번은 먹어야 합니다."
의사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얼른 병원을 빠져나왔습니다.
병원문을 나서는데 왜 그리도 복도가 길던지....
그 문제의 쌍둥이는 이젠 변을 볼 때 배가 아프다는 얘길 하지 않습니다.
손주사랑이 극심한 시아버님덕에 내 생전 119 구급차도 타보고
요즘세상에 회충이 있도록 아이를 키우는 미련한 엄마로서 소문을 내고 다닌 여름휴가....
하지만 아버님의 사랑에 이제야 감사를 드리며(그땐 너무 원망스러웠거든요.)
우릴 태워준 119 구급대원 아저씨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세상 엄마들
방심하지 말고 아이들 회충약좀 제때제때 먹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