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가한 주말 아침...
늦잠에서 깨어나 간단히 씻고 아침신문을 읽고 있는데,
일찌감치 일어나 골프연습을 나갔던 아내 순이가 돌아왔다.
"좋은 아침!"
"응~ 당신도... 그래, 오늘은 잘 맞아?"
"지난번 보다 더 안 맞아. 아직도 욕심을 부리나봐..."
"ㅋㅋ 이 사람아, 몇년을 열심히 친 나도
아직 욕심을 못 버리는데, 아직 멀었지!"
8년 전에 돕고있던 부모님 일이 끝나 시간적 여유가 생긴 나는
마침 옆집에 살고 계신 미국 할아버지 골프선생에게
순이와 함께 나란히 6주간 기본 레슨을 받았었다.
그런데 뭐든지 시작하면 열심인 그녀가
연습도 무리하게 하는 바람에,
어깨, 등, 손목들을 번갈아 가며 다쳐서,
별로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몇주 전에 순이는 다시 마음을 먹고
새로 레슨을 받으면서 연습을 시작했었다.
옷을 갈아입고 내려온 순이가 내 옆에 앉으며
평소처럼 '연습상황'을 보고한다.
"지난번에는 꽤 잘했는데,
오늘은 공이 구르기만 하는 바람에
신경질만 났어."
"공을 끝까지 안 보고, 머리를 먼저 드는 바람에
뒷땅을 자꾸 치는 모양이군."
"아닌데... 끝까지 보면서 쳤는데...
근데, 내가 연습하던 바로 옆에서
한인 부부가 딸과 함께 번갈아 가면서
레슨을 받고 있었는데...
그 엄마, 폼은 엉망이었지만,
공은 똑바로 잘 날아가서...부럽더라."
"친 지 오래 된 모양이지. 언제 시작했데?"
"9 개월 됐다는데...잘 치더라.....
그리구 중학생인 딸 이름이 '캐롤라인'이라구 해서,
우리 큰 딸 이름도 '캐롤라인'이라구 했더니,
몇 살이냐고 묻더군."
"그래서?"
"그래서 올해 대학 졸업반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정말요? 저는 한 30대 중반 쯤 되셨는 줄 알았는데...'하더라.
호호호"
대화의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곤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어 옆을 보니,
아~~
거기에
10여년 전의 순이가
얼굴에 홍조를 띤 채
맑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