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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연휴에 일본으로 여행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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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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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에게만


BY dansaem 2002-03-26

"응, 여보, 난데, 이따가 올 때 뭐 좀 사가지고 오라구."
"뭔데."
"음, 새우젓. 깍두기 담을려고. 그리고 멸치젓도 좀 사고,
또 우유랑 계란도 떨어졌는데..."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뚝!
뚜뚜뚜~~~

따르릉.
"여보세요."
"신랑입니다. 뭐 사가지고 오라구?"

"음, 새우젓 작은 거 하구 멸치액젓. 근데 멸치젓은 좀 작은 걸로 사와.
지난 번엔 너무 큰 거 사서 다 먹는데 한참 걸렸어.
"깍두기에 새우젓만 있으면 안 돼? 그거 다 들어가?"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럼 새우젓만 사 와.
그리고 우유 2개, 우유 떨어졌거든.
계란도 하나도 없고.
또 두부 한모랑, 생선이나 뭐 반찬 거리 같은 거 있음...."
"그거 어디서 사는데?"
"농협 마트 가면 다 있어."
"큰 차 갖고 거기 못가. 내일 당신이 사."
"안돼. 벌여놨을 때 해치워야지. 얼마나 귀찮은데."
"알았어, 끊어."
뚝!
뚜뚜뚜~~
우이쉬, 벌써 두번째.

너무 재촉하는 바람에 깜빡했다.
멸치젓은 파김치에 넣을 건데...

"여보세요."
"응, 여보, 나야. 시장 다 봤어?"
"사무실 앞 슈퍼에서 두부랑 우유만 샀어. 왜?"
"어, 근데 멸치젓도 있어야 돼. 파김치 할 거란 말야."
"그걸 어디서 사? 그냥 내일 해."
"안 돼. 오다가 거기 **쇼핑에서 사면 돼. 거기 있을 거야."
"..."
"응?"
"알았어."
뚝!
뚜뚜뚜~~

어이구, 내가 참는다, 참아.
다른 사람한테는 얼마나 예의가 바르고 깍듯한지
전화도 상대방이 끊는 소리를 확인하고 내려놓을 정도인데
유독 나한테만 이런다.
전화로 좀 여유있게 얘기하거나 잡담이라도 하면 큰일나는 줄 아는 우리 신랑,
다른 사람한텐 다 되는데
유독, 오로지, 오직, 온리,
마누라에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