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일학년인 막내가 부엌에 오더니
"엄마, 내 소원이 뭔지 알아요."
"뭘까?"
"찐계란 먹는거요."
설거지를 하다가 난 많이 웃었어요.
옛날엔 귀했지만 요즘은 제일 흔하고 싼 찐계란이 소원이라니.
내가 자랄 땐 계란이 참 귀했어요.
서울갈 때도 기차안에서 먹을려고 찐계란을 보자기에 꼭꼭
넣었고, 소풍갈때도 찐계란을 싸가지고 갔었어요.
목이 콱 멕히던 노른자.
약처럼 세모로 싼 소금.
계란 열개를 볏짚으로 정성스럽게 싸서 선생님께 드렸던 기억.
아마 최상의 선물이였을거예요.
그리고 학용품이 필요하다면 외할머니께서 날계란 하나를
내 손에 꼭 쥐어 주셨어요.
산을 하나 넘어 초등학교를 다녔고 문방구도 학교 옆에
있었는데,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 먼 길을 걸어 학용품으로
바꿨던 가난한 시절. 요즘 아이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일이
내 추억속에 가지런히 남아 있지요.
참으로 귀하고, 비싸고, 맛있었던 찐계란.
아이는 찐계란 하나 흡족하게 먹고 지금 자고 있어요.
그래요. 어린이 같은 마음이면 천국을 간다고 했어요.
우리도 어릴적엔 이렇게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았겠지요.
키가 커지면서 마음도 커져버렸고, 욕심까지 같이
자랐겠지요.
아홉을 갖고 있으면 열을 채워야 했고,
여름이 길어지면 가을아! 빨리 오라고 조급해하고...
욕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행복은 멀어진다는 걸 이만큼
살아보고 알았어요.
찐계란 한개로
고향을 떠올려 소중한 기억이 살아났어요.
욕심도 잠시 미루고, 착한 마음으로 오늘을 마무리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