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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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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앞 거지 이야기


BY 아리 2002-03-20

오늘 뜻하지 않게 에스비에스방송국에서 내게 전화가 왔다

알고보니 콩트 방과 ..앗 나의 실수란에 실린 글중 재미난 글을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용한다는 내용이었다 ..

나와 잠시 전화를 하던 담당자가

나보고 말을 잘 한다면서 갑자기 재미난 이야기를 하라는데 ..

득의 양양하여 저녁에 온 신랑에게 그 말을 전하며

이야깃거리를 얻어 내는데


나는 밥상을 꼼꼼히 차려냈고

신랑은 반주를 한잔 곁들이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봄날 ..낮잠이 솔솔 오는 한낮 ..

이야기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


이대 앞에 거지가 있었다

늘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인채로

누군가 깡통 속에 동전 한닢을 던져달라고 애원하듯 앉아 있었다

거지는 누군가 지나가면 던지는 동전의 쨍그랑 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지내던 어느날 ..

이상하게 사람의 흔적은 있되 ..동전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지나는

사람이 있었다 ..

거리는 쓸쓸하고 ..

동전소리는 들리지 않고 ...거지는 저녁을 맞이 하였다 ..

동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폐가 한장 들어 있었다

천원이라 ...

거지는 그 돈으로 오래만에 포식을 하였다 .

다음날 ..거지는 누군가 소리 없이 놓고 가는 지폐를 보았다

이제는 눈여겨서 ..

키가 크고 아름다운 여대생이 책을 끼고 가다가

지폐 한장을 살며시 내려놓고 빠른 걸음으로

학교로 향하는 것이다 ..

'참 ...얼굴도 이쁜 여대생이 ..맘까지 이쁘네 고맙기도 해라 .'


그러기를 여러날

더러 놓이기도 하고

더러 그냥 지나치기도 하던 몇날

거지는 드디어 ..그녀를 미행하리라 결심 했다

궁금 했다

'도데체 어느 귀한 집 따님이길래

저렇게 큰 돈을 ..덥썩 내게 주고 가는 걸까?' 하는 의구심으로...

그녀는 이상하게 차도 타지 않고

걸어서 그녀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

그녀는 서교동의 한 저택 앞에서 벨을 누르더니 ..총총히 사라졌다

그 아름다운 그 자태로

고고히 ..~~


거지는 곰곰히 생각을 했다

그래 내가 비록 거지 이긴 해도 은혜는 아는 놈이다

뭔가 그녀를 위해서 무언가라도 하고 싶다 .

낮에는 거지루 앉아서

그녀의 지폐를 얻어 가지고

이른 새벽에는 아무도 모르게

그녀의 넓은 저택 안의 그 정원을 쓸기 시작했다

그 거지는 부지런히 거의 매일 그녀의 정원을 쓸었으나

여름날의 정원은 ..그 흔적을 쉽게 찾아 볼수 없었다 ...


여름이 가고 쓸쓸한 가을이 오자 ..


나뭇잎은 ..하루가 멀다하고 정원을 덮고

정원의 잎들은 바람에 뒹굴었다

누구라도 정원에 비를 댄 흔적을 찾아 볼수 있었다 ..


드디어 그녀의 아버지가 소리 없이 서 있다가

정원을 쓰는 거지를 발견했다 ..

" 아니 댁은 뉘시길래

남의 집 정원에 .숨어 들어 매일 청소를 하는 게요? "

"네, 저는 이러 저러해서 실은 딱히 은공을 갚을 일도 없고 해서 ..

댁의 정원을 허락없이 쓸게 되었습니다 .."

머리를 숙이고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모르는 그 거지를

주인은 ..가상하게 여기고

'그럼 우리집에서 시답잖은 잔일을 돌보아 주지 않겠소 '

하는 제의와 동시에

거지는 그 저택의 고용원이 되었다

굶주릴 걱정도 없었고

가끔씩 그 아름다운 그녀를 볼 수 있는 것도

가슴 벅차고 행복한 일 이었다

물론 그녀와는 눈이 마주치거나

말 한마디 건넬 여유 조차 없었지만 ..

어느날 그녀의 아버지는 그의 그 절대적

충성심과 성실함에 감복하고

거지에게 공부 할 것을 권유 했다

거지는 그야말로 그때부터 주경 야독을 시작하였다.

공부라고는 철자를 겨우 알 정도의 수준이었으나 ..

무작정 열심히 파고드는 방법 밖에는 다른 왕도가 없었다

진을 빼고 코피를 쏟아 낼정도로 ..무섭게 공부 했다

나는 왜 진작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을까

하는 회한 까지 느끼면서 ..

거지는 드디어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마침내는 명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

이류대학에 합격하기에 이르렀다

모두가 그녀와 그녀 아버지의 은공이 아닐 수 없었다 ..

'저는 뼈를 갈아서라도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

하면서 되뇌이고 감읍하고 ,,,열심히 일을 했다 ..

그녀의 아버지는 그를 대견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어느날 그를 불렀다

그를 보고 여기서 안주 할게 아니라

유학까지를 권유 하고 있었다

그는

."저는 회장님의 은총으로 여기 까지 왔습니다

이것만도 刻骨難忘(각골난망)이올시다 ...

그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천한 저를 거두어 주시고 공부 까지 시켜주시니 .."

그리고 거지는 유학길에 올랐다

이년반만에 학위를 마치고 돌아 온 거지에게

회장은 놀라운 말을 했다

자기의 무남독녀인 딸과의 결혼할 의사를 묻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는 그보다두 더 일찍 대학을 졸업하고

일찌기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하던 말하자면

두살이나 연상의 여인이었던 것이다 ..


저녁상이 차려지고

그 회장의 제의 아래 의아 하게도

마님이나 딸도 흔쾌이 오케이를 하는 것이었다 ..

소위 명문가의 돈 많은 집이야 사윗감이 줄을 서고

미어지는 게 관례이지만 ..

이 회장은 그게 정말루 진절머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요는 자기 딸 보다는 돈에 눈이 멀어서 덤벼드는 ..

그 속이 시꺼먼 사내들이 ...

거지는 딸린 식구도 없고

딱히 자기의 유산을 가져도 다른 곳으로 빼돌리거나

사람을 배반 할 인물로는 보이지 않고

그간 거지의 행동거지루 놓고 볼 때 신심깊고 성실한 점이야 말루

높이 평가할 만한 중대한 장점으로 부각 되었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는 드디어

명문가의 무남독녀를 아내로 맞이 하게 되었다

그의 결혼식은 교외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거지에게는 가족이라곤 없고

그 회장집안에서도 ..내노라하는 사윗감이니 아니니 하는

주위의 궁시렁 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드디어 그녀와 신혼여행길에 올랐다

제주의 밤이 그들을 다소곳이 맞아 주고 있었다

그는 어쩔줄 몰라 했다

사나이라고는 하지만

이유모를 불안으로 부들 부들 떨었다

마님의 딸을 아내루 맞은자의 불안인가

자격이 미달이라고 내뿜는 심장의 소리가 전해지는건가

좌우간 ..그는 몹씨 떨었다 ..

전신이 그의 모든 행위를 ..정지 시키고 ..

그러나 이율배반적으로 몸은 뜨거워 지고 있었다 .

'그래 나도 남자인데 "

(나는 이 여인을 내 아내로 맞이 하였다 ..)


그는 드디어 ..눈을 꼭 감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는

그 아름다운 아내를 와락 끌어 안았다

있는 힘을 다하여~~~~~~~~



쨍그렁 ~~~~!!!!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



거지는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 ..

품에는 찌그러진 깡통을 안고 있었고

따사로운 봄빛 아래 지나는 행인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거지를 쳐다 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