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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그윽한 아카시아 꽃향기


BY 김경옥 2000-10-29

화장실에 그윽한 아카시아 꽃향기


유원지의 간이 화장실이 대게 그렇듯이
지독한 냄새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내가 갔던 그곳도 맑은 물과 나무들이 우거진
아름다운 풍경과는 다르게
화장실 냄새가 지독했다.
화장실 바로 앞의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조금은 화장실 냄새를
정화시켜 주는것 같았다.
그런데 한 소녀가 화장실 문을 나오자 마자
화장실 앞에 피어있는 아카시아 꽃을
꺾기 시작 했다.
`쟤,왜 저러는 거야?`
버릇없는 요즘 아이들 탓을 하며 속상해 하고 있을때
한 아름의 아카시아 꽃을 꺽어든 그 소녀는
꽃을 들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조금 후 소녀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빈손으로 화장실을 나왔다.
`아! 그랬구나! 그 꽃은 남을 위한 배려 였구나!!!`
꺽지 않고 그대로 두었으면
그 향기가 더 오래 간다는 것을
아직은 계산도 할 줄 모르는 그 어린 것이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 할 줄 알다니...
가슴이 찡했다.
조금 후 나는 그 화장실에 갔다.
그 꽃은 화장실 한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
사랑의 이름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고 막바지 가을로 들어선 지금에도
내 가슴 한 편에는 올 여름에 유원지에서
만났던 해 맑은 소녀가
그림처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