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주말마다 손주 보러 오시는 시부모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80

네게 잠시 행복을 줄 수 있었다면 나도 좋아.


BY 雪里 2002-03-18


출발을 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온지가
한참을 지났는데도 아무런 전화가 없다.

도착할 시간이 지났는데
걸려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는 나는
콩나물을 다듬던 손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냈다.

뚜우~뚜우!
통화중임을 알리는 음이 몇번의 시도에도 계속된다.

길을 잘못들어 캄캄한곳을 헤메고 있는게
분명한것 같았다.

재발신을 누르고는 휴대전화를 들고 거실 여기저기를
옮겨 다녀 본다.
통화안테나가 가장 많이 그려지는 곳에 서자
발신음이 울리고 친구의 음성이 들렸다.

예상대로 친구는 지나친 길을 되돌아오며
내게 전화를 하느라 통화중이었던 것이다.

깜깜한 밤의 초행길이 이정표만 보면서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기에 지나쳐 버리고는,
휴대 전화로 서로의 위치를 파악해서 알려주며
차를 가지고 마중나간 나와,
겨우 만날 수가 있었다.

싫다는걸 억지로 떠맞긴 아들놈의 휴대전화덕(?)을
톡톡이 봤다는 생각에 잠시 두아들의 모습을
그리워한다.
그리고는,
아주 짧은 순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네사람이 차에서 내려 처마끝 외등 밑에서
그이와 악수를 했다.
친구내외와 친구여동생 내외.

밤 열한시가 가까운 시간에
거실에 차려지고 있는 술상을 보며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완벽한 준비를 해가지고 나타난 친구에게
조금은 미안해 지는 내 마음이
벌써 돌아가고 있는 술잔의 흥에 묻혀 버리고 만다.

음료수잔을 들어 분위기에 동조하는 그이가 고맙다.

아랫집 화가아저씨도 불렀다.
마침 그집에도 손님이 와계시니,
처음이면 어떠랴,
이것도 인연인것을.

커다란 음악소리.
화가 아저씨의 작업실이
커다란 음악에 붕붕떠있다.

마셔서 흥을키운 사람들의 몸에서는 잡다한 생각들이
털려나가고 있었다.
눈을 질끈 감고,
또는 두다리를 사시나무떨듯하며
가끔은 소리도 질러 가면서
그들은,
흔히들 말하는 스트레스를 풀어 내느라 열심히
즐거워하고 있었다.

언제나 손바닥 둘로만 즐거워하는 우리 내외까지
그들과 한 무더기가 되어
열심히 손뼉을 쳐댔다.

중국에서 가져왔다는 희귀한 술이 흥에 들떠서
꺼내져오고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그렇게
한덩어리 되어 이리저리 음악따라 굴러 다니다가
출출한 허기에 다들 다시 우리집으로 든다.

먼곳에서 숫탉이 커다랗게 소리 지르며
아침을 알리는 시간까지
캄캄한 밤을 환하게 밝혔던 사람들은
내가 펴놓은 잠자리위에 쓰러졌다.

맑은 콩나물국을 얼큰하게 끓였다.
간단하게 준비한 아침상에서
즐거웠었다는 인사를 연신 받아가며
나는 왜 그리도 마음이 푸근했는지.

나를 멀리까지 찾아준 친구가 고마운데,
친구는 내게 자꾸 고맙다 한다.

나로인해 너무나 행복했었다고 친구는
자꾸 말하는데,
그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친구보다 기분이 더 좋아 행복해 하고 있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땐 언제라도 들르라며
친구일행을 보내고는
아픈 허리때문에 땡겨드는 다리를
오그려 뜨린채 누우면서
손님처럼 놀다가 갈수 있게 못해준 것 같아서
미안해 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통증을 잊은채로 한잠에서 깨어난 내가,
눈에 선한 그들의 모습에서
정을 느끼며,
모두들 행복하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