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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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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부님


BY 반숙현 2000-06-05

남편은 오늘도 내가 컴에 앉아 있는 꼴을 못 본다. "야 애들 자게 그만 해라"이러기 일쑤다. 남들은 여편네 컴학원도 보내준다던데. ... 나이 많은 여편네가 시대에 맞쳐 살겠다고 자판기에서 꼬이는 손가락을 나 몰라라 하고 머리 따로 손가락 따로 언제쯤 둘이 화합을 해서 리듬을 탈지, 그것이 문제인 이 마당에 나보고 컴좀 그만 하라니..어디 그런 날벼락같은 소릴. 겁도 되게 없는 남편을 내가 모시고 산다니깐. 이제 남은거 깡밖에 남은게 없는 난데 내가 그런 소리에 "네 알았어요 그만할께요" 그럴줄 알고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다. 한 10년전이면 모를까.
난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열심히 타자연습을 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같지 않은 글도 쓰고 있진 않냐 말이다.
하기사 지금으로 부터 15년전에는 난 남편을 사부님이라고 불렸다. 웬 사부님이냐고 물어 오는 분이 있겠지만..무슨 무술이라도 배우다가 사부님하고 결혼에 골인했냐고 물으시겠지만..
그냥 남편이 그렇게 부르라고 해서 난 뭣도 모르고 그렇게 불렸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부님께서 나에게 전수하신건.
딸둘에다 이마위 주름살 2개 탄탄해진 두팔.그리고 가끔 날씨가 흐리면 저려오는 무릎,수습이 거이 불가능한 뱃살.그리고 고약해진 성격.등등 이루 말로 할수가 없다.
뭐 그런 사부가 다 있나, 나 제자 안한다고 말하고 싶을때도 많지만 나 대신 누가 그런 사부님 대우 해줄 제자가 있겠는가!!
그런대로 정들은 사부님이니까 . 남은 여생 사부님이 전수해주신 딸들하고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