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유난히 햇살이 따사로웠습니다.
차거운 바람과 시린하늘아래서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봄볕은 참으로 소중한 그 무엇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녀석과
막 학교를 끝내고 돌아온 딸아이와 그리고
내친구와 그 아들아이와 함께 봄볕속을 걸어
산에 올랐습니다.
햇살이 발끝에서 튕겨나가는 산에 오른는동안 발걸음은
사뭇 가볍고 경쾌하기까지 했습니다.
조잘조잘, 산새가 이나무에서 저나무로 날아오를고,
재잘재잘, 세아이들은 쉬지않고 떠들어 대는
산속엔 봄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모습을 볼 수가 있었지요.
첫봄엔 노랑색 꽃들이 피어난다고 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개나리가 아주 조금 꽃망울을 머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노란 봄꽃에는 지리산자락에서 장관을 연출한다던
'산수유꽃'이 있을 것이고, 지난가을 소백산을 오르다
만났던 '생강나무꽃'이 있을테구요, 그리고 가까이엔
막 푸르게 돋아나는 잔듸위에 피는 민들레가
있겠지요..
아이들이 오솔길을 벗어난다 싶었는데
손에 나뭇가지를 하나씩 들고 나타났습니다.
딱히 그걸로 무얼하는것도 아니었는데
손 다칠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한손에
들고 오는것이었습니다.
그 나뭇가지로 정상에 올라 흙바닥에 뭔가를 그리기도
했습니다만, 퍼득,이런생각이 떠오르는 거였습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할 저 아이들이 자연이 그리워
하는 작은몸짓은 아닐까.. 하는 그런생각이요.
아이들이 그런식으로 자연을 느끼기도 하는걸까요?
주운 나뭇가지의 껍질을 벗겨보던 딸아이는 그 향기를
오랫동안 맡고서 제게 얘길 했습니다.
'엄마, 내가 나중에 커서 이런 향기로 향수를 만들거야.'
그리곤 그 나뭇가지를 집에 가져가야 겠다고
하는거였습니다. 결코 작지도 않은 y자 모양의
우툴투툴한 나뭇가지를요...
산에서 부는 바람도 며칠전의 그 바람과는 사뭇 다른
느낌과 다른 향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산을 내려올땐 일부러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택하였습니다.
아직 지난 가을에 진 낙엽들이 나뭇잎을 덮고 있는
숲길에서 작은 새라도 만나면 아이들에게 그 새의 날개짓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놀랐는지 새는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고, 대신 나뭇잎색을 닮은 호랑나비 한마리가
날개를 떨며 앉아있는걸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그 신기해 하는 눈빛이라니....
호랑나비도 날고, 봄도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햇살좋은 날, 아이들과 함께한 '봄마중'이
부디 그 아이들에게 담뿍담뿍 봄내음을 안겨주었으면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