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린다
며칠전만해도 회색빛 팔을 벌리고 손짓을 하던 나뭇가지가
물기를 머금은 여린 새순이 눈웃음을 보내고 있네
연초록 나무의 새순 같은 내 딸아
솜털보송한 순백의 꽃망울을 환하게 터뜨릴 목련 같은 내 딸아
너의 소담한 꿈과 희망인 새로운 날개를 펼 상아탑을 향한 너의 첫출발을
지켜보면서 엄마는 마음 뿌듯했고 행복했다
네가 우리에게 온 것은 정말 신이 주신 축복이었고 보물이었다
엄마가 건강하지 못해 네가 그토록 원하던 너를 닮은 동생을
안겨주지 못해 미안했었고
네가 성인이 다 되도록 언제나 혼자인 네가 여럿 아이못지
않은 만족을 주어
이 엄마에게는 한없는 기쁨이었고 고마움이었다
유달리 혼자인것에 외로움을 타던 너는 자주 이 엄마를 보챘지
왜 나는 혼자이냐고 다른 애들은 언니 오빠 동생이 있는데
왜 나는 심심하게 늘 혼자 놀아야만 하냐고
너의 소망을 들어주지 못한 이 엄마는 더욱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어여쁘고 착한 내 딸아 대학합격 발표가 나고 너를 먼 타지에
보내는 준비를 하면서 너와 어느 때보다도 많이 함께 했고 대화도 많았지
멋있는 숙녀 옷을 고르며 긴 머리칼에 염색을 하며
귀엽고 철없던 어린 딸에서 예쁘고 당당한 숙녀로 변화하는 너를
보는 것이 대견하고 마음 든든하지만 왠지 낯설고 허전한 마음 감출 수가 없구나
내 사랑하는 딸아
그 옛날 엄마의 부모가 자식인 나를 떠나보낼 때 아마도 내가 너 같았을 것이다
부모마음은 한없이 애처롭고 안타까운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인데 마냥 새 세상의 낯선 도전에
들떠있는 네가 나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미소를 지어본다
O.T를 하면서 그 사이 새 친구를 사귀어 도란도란 거리는
네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면서 그래 그렇게 너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구나
가슴 한구석이 뭔지 모를 무거움에 눈가의 물기 때문에 먼 산을 바라보며
몇 번을 눈을 끔뻑대며 애써 이 엄마의 미숙함을 들어내지 않으려고
애를 태웠다
그냥 두고 가라는 너의 말을 못들은 체하며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하고 싶어
새로 산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내 허전함을 가슴속 깊이 삼키고 있었다
딸아 너를 믿는다
너에게 새 날개를 달아주마
비바람도 칠 꺼야 사나운 폭풍우도 닥칠 꺼야
딸아 사랑하는 내딸아 겁먹지 말아라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가렴
너를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너의 비상을 꿈꾸게
활주로가 되어줄꺼야
너도 이제 너 스스로 날 수 있는 연습을 해야하고 너를 가둬놨던 담으로부터
우리를 볼줄아는 확트인 들판으로 시야를 넓히길 바래
조바심 내지 않으마
보지 않아도 내가슴속에 항상 너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마
사랑이란 결코 구속이 아닌 것을 집착이 아닌 것을
조용히 마음가는 대로 지켜보는 것을
많이많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