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여기에 가입을 했고 오늘 처음으로 참여를 해본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난 혼자서는 커피를 잘 안마신다.
종종 오던 친구도 친정에 내려가고 없으니
더구나 요즘들어 커피 마실 일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커피 한잔이 생각나는거다
늦은 아침을 먹고 수저를 막 놓자마자
헤이즐넛 커피가 갑자기 마시고 싶어졌다.
냉동실 문을 열었다. 그곳에 보관하기에...
요즘은 참 간편하게 나왔다.
커피메이커에 내리지 않아도 즐길 수 있도록
원두커피 분위기 내면서
간단히 끓는 물 부어서 마실 수 있도록...
한잔을 타서는 헤이즐넛의 죽여주는 향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모금씩 마셨다.
그러고 있노라니 옛생각이 떠 오르는거다.
누가 커피를 처음 마실 때 그랬었다.
촌스런 사람의 커피 마시기에 대해 흉내를 내면서
숭늉을 마시듯 훌훌거리며 마시는 흉내
스푼으로 설탕 넣고 휘휘 저어서는 맛 본다고 한스푼씩 떠 마시는 흉내
웃었었다 정말 우스워서...
그래서 난 그렇게 촌스럽게 마시진 않았던 것같다.
처음으로 데이트를 할 때 최대한 우아한 척 하며 마시기도 했었지
그땐 설탕을 듬뿍 넣어서 마셨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전혀 설탕을 넣지 않는다.
미혼이었을 때 활동하던 모임
우린 일주일에 두번씩의 모임을 가졌었지
그 친구들과 모임이 끝나면 종종 커피숍을 찾아들었다.
우리가 잘 가던 그 커피숍은 주로 300원짜리 다방만 있던 도시에서
500원짜리 커피숍이 생겨났기에
우르르 몰려 들어가서는 신청곡으로 주문을 하던 Eine Kleine Nachtmusik
그곳 DJ는 그 뒤로 우리만 가면 그 곡을 알아서 틀어주곤 했다.
그곳을 시발점으로 여기저기 500원짜리 커피숍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열 배나 줘야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참 세월이 많이 흐르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참으로 신기한 일이로고~~ 괜히 기분에 그런 것 아닌가 의심을 했었는데
내가 지금 그런다.
오전에 마신 커피는 상관이 없는데 오후늦게나 밤에 마시면
정말 그날밤 잠들기가 쉽지가 않다.
며칠전의 부산여행에서도 밤 늦게 마신 커피가
친구와 나의 수면을 방해했다.
날을 홀랑 새우고 만 것이다.
그렇게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셨으니...
그래도 좋았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서 하룻밤 잠 좀 못자면 어때
그게 더 낭만이고 추억이지... 덕분에 자귀모라는 영화를 잘 봤다.
그 영화 나온지 한참 되었는데 못 봤었기에...
우리 남편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았었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기분이 별로 좋지를 않다고 하면서 말이다.
난 그 말도 참 이해가 안갔었다.
무슨 체질이 그런가하고...
그러더니 나이 탓인가 지금은 잘 마신다.
그것도 처음 마실 때는 잠이 안온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는데
요즘은 밤에 운전을 하려면 꼭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졸립지가 않다는거다 정말로...
카페인성분이 각성제역할을 하는것이겠지
얼마전에 누구한테서 예쁜 커피잔을 선물 받았다.
우리 큰놈도 가끔씩 자판기 커피식으로 마시고 싶어한다.
그거 중독되면 안된다고 잔소리해가면서 아주 가끔씩 타주는데
무심하기가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우리 큰놈이
그 선물 받은 커피잔에 커피를 타 줬더니 잔이 멋있어서 맛이 더 좋다는 말을한다.
이렇게 가끔씩 놀라운 반응을 보여서 나를 놀래키는 녀석이 참 기특할 때가 있다.
그러다보니 또 생각나는 커피에 관한 추억
내가 회사생활을 하던 처녀적에
우리 회사에 독일인이 출장을 왔는데
커피 한잔을 타다 줬더니 고마워하며 마시면서는
혀 꼬부라진 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한국/ 싸람/ 커피/ 너무/ 빨리/ 마셔요"
맞다 그 사람들은 아주 천천히 마시는데...
나부터도 얼른 마셔버리는 습성이 있다.
뜨거울 때 마셔야지 식어버리면 맛이 없는 것 같아서..
하지만 빨리 마실 때마다 자꾸 그 외국인이 생각이 나는건 웬일인지...
그래서 오늘은 이런 저런 생각에 아주 천천히 마셨다.
향기에 취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