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동안 벼르고벼르던 서랍 정리를 하면서 한숨 한번 푸욱 쉬고 눈물 흘렸습니다. 겨우내 잠자고 있던, 그래서 구석텡이에 꼬깃꼬깃 꾸겨져 있는 우리 아가의 옷...
갑자기 밀려드는 아가에 대한 그리움...
정말, 남의 일 인줄 알았었죠, 먹고살기 힘들어 아가랑 떨어져 지내는 건...
제 둘째놈은 이제 겨우 15개월 인데, 돌이 지나자마자 친정으로 갔습니다. 제가 일을 하자면, 도저히 그앨 키울수 없어서...
첨엔 놀이방에 맡겼었는데 하루만에 원장이 다시 데려가라 하더군요.
그래도 어쩔수 없이 계속 맡겼는데 수면제를 먹이는지 그곳에만 가면 정신을 잃고 자더라구요. 절대로 깊이 잠드는 애가 아닌데...
그래서 할 수 없이 친정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친정이 제주도라도 되면, 어찌어찌 가볼텐데, 친정은 지구의 반대편, 뉴질랜드 입니다. 가고싶어도 갈 수 없어 막막한 곳...
첨엔 도저히 보낼 수 없을 것 같아 괴로웠지만 당장 생활비도 없는 형편에, 언제 나올지 기약없는 남편의 월급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게, 그래 6개월만 보내자. 그랬다가 내가 기반이 잡히면 얼른 데리고오자...
그래서 겨울옷은 아예 싸 보내지도 않았습니다.(거긴 지금이 여름입니다) 겨울이 되기 전에 내품에 다시 오리라는 기대로...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제가 자리를 잡으니, 아이와의 상봉은 더더욱 멀어지는군요. 지금 다시 그애가 오면 이제껏 힘들게 쌓아온 내 노력이 다시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에 선뜻 그애를 부를 수가 없습니다.
그저께,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우리는 1년 후 쯤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엄마는, 애한테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못해도 60만원 씩 부치라고 합니다. 큰애 놀이방비 23만원에 엄마한테 60만원 드리면 토탈 83만원이 순수 육아비 지출. 게다가 두놈 다 엄마없이 엄마 정을 그리며 생활 하는 걸 생각하면, 과연 잘 하는 짓인가 한심스럽네요.
돈 몇푼 벌겠다고...
제 몸은 몸대로 축나고 애들은 애들대로 집안은 집안대로 엉망진창...
남편은, 제가 일을 시작한 이후로 걸핏하면 제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화내고, 사실로 제가 남편을 무시하기도 하고, 저를 이렇게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만든(아이들 까지 떼어놓고) 남편이 원망스럽고 꼴보기 싫고, 돈 한푼 못 벌면서 빚만 늘리고, 그것도 모자라 언제 부도낼지 모르는 시아버지의 회사, 남편은 그회사에 허구헌날 연대보증을 서고...
너무나 너무나 이혼하고 싶지만 아이들을 결코 주지 않겠다는 말에 할 수 없이 함께 살고있지만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며칠 후면 설날이라 시댁식구들이 다 모일텐데, 거기서 이혼하겠다고 공포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남편이 아이들을 남겨두고 깨끗이 떠날 것인가, 오죽하면 요즘은 남편이 그냥 사고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이곳에 들어오니 정말 오순도순 너무나 행복하게 사시는 분들도 많아 부럽네요.
저는 비록 결손가정이라 해도 그냥 저와 두 아들이 함께 살게된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