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웃음이 많답니다.
게다가 한번 웃음보가 터지면 그건 아무도
못말리지요.
언젠가 시어머님이 다니러 오셨습니다.
시어머님은 연세가 많으셔서 귀가 많이 어두우십니다.
보청기를 해드렸지만 불편하다며 잘 사용을
하지 않으시구요.
그러니 오손도손 이야기도 할수 없고 ,
그렇다고 모처럼 오신 어머님을 심심하게 혼자서
외롭게 해드릴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지요.
전 무지 착한 며느리거든요. ^^*
이럴때 가장 손쉽게 어머님과 함께 할수 있는 놀이가
바로 화투치기!
전 절대로 도박꾼은 아니랍니다.
그 흔한 고스톱도 모르는 아주 순진녀~~
그저 민화투(맞나?)라는것을 하는 수준이지요.
방학이라 지붕위의 호박처럼 방에서 이리뒹굴 저리뒹굴
거리는 딸네미를 불렀지요. 그리고는
어머님과 함께 셋이서 화투치기를 했답니다.
울 실랑 못말리는 승부근성은 바로 어머님을 닮은 듯...
신혼시절 심심풀이 화투치기를 해도 절대로 지고는 못살아서
어린 신부를 잠도 못자게 붙들고 늘어지곤 했던 사람이지요.
참내 ..
그후론 잠들기 위해서 일부러 져주기도 수차례 했답니다.
우리 어머님 몇판을 꼴찌를 하고 나자 그만 용안이 벌겋게
달아 오르시데요.
"에미야--- 물좀 다오--"
속이 타시는지 물까지 찾으시고.
그런데..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시던 어머님 그만 사래가
들렸지 뭡니까.
"케엑--- 켁-- 콜록--콜록---"
아유--- 큰일났어요.
팔순이 넘어 구순을 바라보시는 노인이 어찌되실까봐서
겁이 덜컥났어요.
걍. 일부러 져 드릴껄..
뒤늦은 후회막심.
등을 두드려 드리고 손을 주무르고 한참을 야단법석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뿡-------------"
실내에 개스새는 냄새가 자욱합니다.
그소리와 함께 어머님의 기침은 멎었습니다.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그랬을까요.
그런데요..
개스냄새를 풍기신 시어머님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서 그렇게 귀여워 보일수가 없었답니다.
무안해 하시는 그 표정이라니..
ㅋㅋㅋㅋ
(어머님 죄송합니다.....)
"푸하하하하하--------"
전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한번 터진 웃음을 겉잡을수가 없어서 멈출수가 없었어요.
딸네미 첨엔 제 옆구릴 찌르며
"엄마--- 웃지마--- 왜그래...."
이렇게 말리더니 나중엔 저도 그만 못참고
"푸헤헤헤--------"
전 주방으로 뛰어가 냉장고를 붙들고 또 한참을
그렇게 웃었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째 공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쯤에서 그만 스토푸---
표정 가다듬고 다시 화투판으로 다가 앉았습니다.
그때 어머님이 나직히 절 부르시데요
"에미야...."
"예~ 어머님~ 죄송합니다...."
"그게 그렇게도 좋으냐?
그럼 x을 싸면 아주 숟가락 들고 덤비겠구나?"
"네??????"
"푸하하하하하-------"
그 한마디에 또다시 웃음바다가 되었답니다.
어머님도 어깨까지 들썩이시면서 껄껄껄 웃으시구요.
이제는 그 화투놀이 마져 할수 없는 기력으로
누워만 계시는 어머님...
어머님..
그때 죄송했어요.
제가 웃음이 너무 헤퍼서요...
그래도 전 그때가 재미있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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