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오빠의 60번째 맞는 생신이었습니다.
우리말로는 육순이라고 하지요.
지금이야 한참인, 아직도 애들이라고 한다지만
옛날에는 육순이면 많이 살앗다고도 햇겠지요.
우리 세식구, 남편과 딸아이 그리고 나는 우선은 수원까지 갔읍니다.
중간에서 작은 올케언니의 병간호에 여념없는 작은 오빠를
함께 모시고 가야 했읍니다.
일찍 출발한다고 서둘렀지만.
남편은 한푼이라도 벌어야 한다며 오후까지 일을 했고...
대전서부터 밀린 차는 수원 병원에 도착을 하니 이미 밤 10 시가 넘어있읍니다.
올케언니의 활짝웃는 모습에 안심이 된 우리는
또 한번을 서둘러서는 서울로 출발을 하였읍니다.
서울 큰 오빠의 집에 도착을 했을때는 시간은 11시가 훨~ 넘어있었는데...
위대한 ( 술 앞에서만 )우리 큰 오빠.
벌써 술 상을 몇번인가를 차렷다 치웠다.
그리고는 목 빠지게 대전 식구들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개가 짖어도 나가보고..
부르릉~ 거리는 자동차 소리만 나도 내다보고...
우리네 대전 식구들을 기다린것이 아니라.
아마도 오빠는 그 좋아하는 쐬주를 기다렸나 봅니다.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큰 오빠는 술잔부터 권합니다.
" 오빠. 손이라도 좀 씻고요. "
" 어이 동상! 손은 뭐하러 씻나? 술 마시면 다 소독되는데 "
질부와 장 조카의 큰절을 한 옆에서는 받고.
작은 오빠는 엉거주춤 술잔을 받아서는 입으로 털어 넣습니다.
" 못 말려~ 못 말려 "
남편은 설래설래 머리를 흔들며는 안주킬러로서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못 말리는 우리의 삼남매.
거기에 머리가 커서는 장개가고 이미 뱃속에 아이까지 갖은
예비 아빠인 장 조카까지 합세를 해서는
돌려라~돌려라...술잔을 돌리기에 바쁩니다.
부침도 들어오고. 김치찌계에 잡채에...
나중에는 닭고기까지. 열심히 큰 올케언니와 질부는 주방에서
안주를 날라옵니다.
든든히 저녁까지를 멕여서는 서울에 올라갔건만.
내 남편... 왕성한 식욕이 단 한잔의 술도 입에는 대지 않으면서
부지런히 안주접시는 비워 댑니다.
그렇게 쐬주 다섯병을 말끔히 비우곤 우린 잠자리에 들었읍니다.
이튿날 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사위들과 조카딸들이 들이닥치는데.
우리의 위대한 큰 오빠.
밥상이 들어오기 전부터 쐬주병 따기에 바쁩니다.
해장은 해야 하는것이라고요.
( 하이구~ 내 미친다 증말... 여기서 한달만 있다가는 알코올중독자 되어서는
병원신세지기 따~악 좋다 )
배가 ?樗?것인지. 아니면 어제밤의 과음탓인지
속이 사알살 쓰려 옵니다.
반찬가지들을 밥상에 날라다 놓는데.
참을성 없는 나와 남편...그리고 작은 오빠까지 젖가락들고
수저들고 마구 반찬부터 나중에 들어온 밥까지 중간쯤을 먹었을때.
위대한 큰 오빠 엄숙히 말합니다.
" 자아~ 기도하고... "
우와~ 그 무안함이란.
바쁘게 움직이던 수저와 젖가락을 황급히 내려 놓고는.
두눈을 감다가 살짝 뜨고 보니...
큰 오빠네 식구들은 모두가 눈을 감고 기도를 드리는데.
아무런 종교가 없는 대전 식구들은 실눈뜨고 두리번 두리번...
웃음도 나도 무안도 하고...
드디어 아멘! 소리와 함께 그제서야 축하인사와 덕담들을 주고 받습니다.
그 와중에도 큰 오빠의 쐬주병 따는 속도는 가속을 붙이고요.
해장술...
저 완전히 갔읍니다.
나도 술하면 사족을 못 쓰게 좋아하는데.
태어나 해장술이라는것은 처음 마셔보니..
이건 오빠인지, 사위인지...
분간못하고 헷갈려 놓으니 내 남편.
마구잡이로 내 손목을 끌고는 대전으로 가자고 합니다.
웬수소리는 열두번도 더 하면서 말입니다.
어쩝니까? 끌려 내려 와야지요.
오는 도중에 다시 수원에 들려 작은 오빠를 내려주고는
오는내내 차 안에서 디립따 잠만을 퍼대자고는...
안자면 어쩝니까?
그 잔소리를 무슨수로 감당하려고요?
오빠의 육순 축하해 주러 올라갔다가는 내리 술만 마시고 내려온 동생.
" 오빠! 건강하세요. 생신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오래 사세요. 그래서 내 든든한 그늘이 되 주셔야 합니다. "
뒤늦은 축하를 대전에 와서야 전화로 드릴수가 있었습니다.
이러하니 우린 정말로 술에 관한 못 말리는 삼남매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