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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BY 얀~ 2002-01-21

산행

겨울은 잠을 조절하기 힘들다.
잠에 빠져, 따뜻한 침대를 빠져나오긴 힘든 일,
늦게 일어나 라디오를 들으며 청소를 했다.
구석구석 아이들 과자봉지며, 그동안 쌓인 먼지의 하얀 비늘들을
걷어내고, 닦았다.
점심은 콩나물에 신 김치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이고, 두부를 썰어 넣었다.
아이들과 남편과 점심을 먹고,
혼자만의 버스여행을 하겠다고 말했다.
좌석버스를 타고 그 버스의 종착역까지 그냥 바람처럼 가겠다고.

남편은 함께 산에 가자한다, 아이들도 매달리고.
대청호가 보이는 양성산에 가자한다.
양성산은 해발 328미터의 그리 험한 산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오르곤 하던 곳이다.
아래쪽엔 민속촌으로 꾸며졌고,
자동차 전용극장을 끼고 오르다보면
청원군 청소년 수련관이 있다.
그곳을 지나 산의 능선을 타고 오르면 가까우면서도
바다는 못 가나, 대청호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좋다.
입구에 차를 세우자,
아이들은 국화빵이나, 음료수를 사자하고
남편은 막걸리를 사자한다.
안주로 닭 꼬치를 사들고 산에 올랐다.
겨울비,
안개비처럼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손잡고 노래도하고,
숨고르기 강습도 받고, 이건 아들녀석이 숨이 찬 엄마에게
크게 숨쉬란 거였다.

아들녀석의 발상은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다.
산을 오르는 이유가 뭐냐 묻기에
'좋은 공기 마시려고, 편안한 휴식하려고...'라고 말했더니
'편안함이라, 그럼 정상까지 에스컬레이터 설치하면 쉽게 오르고 편하게
좋은 공기 마실 수 있자나'란다.
정산에 오르니, 대청호가 보인다.
진달래꽃 몽우리도 봉긋 봉긋 올랐고,
대지는 깨어나기 위해 굼틀대고 있었으며,
저수량이 현저히 줄어있는 대청호를 보자니
연일 계속되는 겨울비의 이유를 알 것 같다.
건조기, 오랜 건조기에.


***하산하는 그./얀~***


휴식하러 산으로 간 그,

겨울 비 젖으며

나무와 술을 나누는데,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나무가 먼저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어린 시절, 삐뚤어진 친구가 잘라져 나가던 회상

그 상처에 대한 기억을,

10년 지기 친구가 잘라지는 걸 봐야만 했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위만 보고, 곧게 자라기 위해 전력을 다했는데

얼마 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던 새벽

젤 잘생기고, 잘나가던 친구가 쓰러졌노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은 정답이 없는 것 같다고,

휴식하러 찾아간 그와 나무와 막걸리에 취하더니

그가 묵직한 오줌 줄 들켜 쥐고 돌아서 방뇨를 하더니

삶이란 산이나 산밑이나 다를 게 없다고

끄덕이며 내려오더라.




***하산하는 그./얀~***


휴식하러 산으로 간 그,

겨울 비 젖으며

나무와 술을 나누는데,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나무가 먼저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어린 시절, 삐뚤어진 친구가 잘라져 나가던 회상

그 상처에 대한 기억을,

10년 지기 친구가 잘라지는 걸 봐야만 했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위만 보고, 곧게 자라기 위해 전력을 다했는데

얼마 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던 새벽

젤 잘생기고, 잘나가던 친구가 쓰러졌노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은 정답이 없는 것 같다고,

휴식하러 찾아간 그와 나무와 막걸리에 취하더니

그가 묵직한 오줌 줄 들켜 쥐고 돌아서 방뇨를 하더니

삶이란 산이나 산밑이나 다를 게 없다고

끄덕이며 내려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