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비둘기에 먹이를 주면 과태료 부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83

회색하늘에 비둘기를 날리자


BY ggoltong 2002-01-18

나의 보석댕이 셋을 죄다 선교원에 맡겨놓고
엄마란 사람은 사욕에 불타서 낮에는 사무실에,
밤에는 공부를 한답시고 그야말로 애들한테는
신경을 못쓰고 산지 여러날 됐다.

아침마다 선교원차량을 보고
뒷걸음치며 울어대는 우리집 막내꼴통.
그 아이를 떼어놓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왠일일까..첫아이 유치원 보냈을때의
그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아닌
차디찬 겨울공기가 내 좁은 콧구멍을 확악~뚫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사무실에서 간단한 워드작업을 제외하고는
자유스러운 그 시간에
나는 읽고 싶었던 성경도 찬찬히 메모해가며
읽을수 있고 집에서는 상상도 못할 혼자만의
시간을 맘껏 만끽하고 있는것이다.

무심코 혼자 홀짝홀짝 여유있게 마시던 커피한잔에
울컥 눈물이 나올뻔하기도 했다.
횟수로 그저 칠년동안 집에서 아이키우기에
극급하느라 공부고 내 생활이고
뭐 그런것은 늘 오년뒤,삼년뒤로 미루며 살았던
내게 이런 꿈같은 시간이 과연 정말 현실인지,꿈인지
볼따구를 잡아뜯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틀전.
삼일밤 예배를 드리기 위해
선교원에 계속 맡겨두었던 내 아이들을
다른날보다 조금 늦게 보게되었는데
그만 막내아이로 인해 그동안 나도 모르게
자유라는 김밥속에 조금씩 옆구리가 터져서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자식이라는 밥알이
내 눈물신경을 자극했다.

우리집 막내꼴통을 나를 보더니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삐죽거리면서 너무나 서럽게 울어댔다.
그 울음이 어찌나 슬프도록 길었던지
그 아이를 보듬으며 얼르고 있었던 나는
교회구석으로 가서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내 나이 서른.
스무넷에 결혼해서 나란 사람의 존재를 이마에
써붙이고 살았다기 보다
내 가족을 위해서 살았던것은 반박할수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늦게나마 갖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어렵사리 남편에게 허락을 받아서
직장을 구했고 학업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왜이리 내 아이들 눈망울이 떠오르는 걸까..

다 식어버린 내 커피잔에 묻은 입술모양의
립스틱을 보니 그저 할말잃은 멍청이 난쟁이가 된듯한
기분이다.

그러나 2년이란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여러가지로 나아지리라.
나는 그 날을 위해서
조금더 독해지고 다부져지리라 내 자신에게
주문을 외워본다.
그리고 싸늘하고 차가운 겨울하늘에
나만의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