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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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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의 반란을 꿈꾼다


BY pinekone 2002-01-18

이삼년있으면 벌써 사십줄에 다가선다.
삼십대 초반만 하여도 좋은 나이라 하드만 지금은
왕언니나 대빵 언니라는 소리에도 익숙해져있다.

이십대후반엔 결혼했다는 이유하나로 아줌마소리 듣는것이
죽기보다 싫어서
누가 아줌마하고 부르면 그 사람을 총으로 쏘고 싶엇던 적도 있었다.
솔직히 그땐 그랬다.
아줌마가 싫었다.
내가 아줌마의 집단으로 들어간다는게 싫었다.
삼십대중반의 아줌들을 보면 난 절대로 중년이 내겐 오지 않을걸로
생각햇었으니...

하지만 세월앞에 삼십대 중년은 자연스레 내게 다가왔다.
그간에 내 삶을 되돌아보니 정말 지리멸렬 그자체였다.
나를 위해 산 삶을 뒤적여서 기억해내는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남편을 위한 아내여야 했고
자식을 위한 엄마여야 했고
며느리였고
친정엄마를 부양하는 딸이어야 했다.

그 삶속에서 나는 항시 나에 대한 반란을 꿈꾸어 왔다.
하지만...그것은 꿈으로 끝나고 마는경우가 허다했다.
꿈과 현실의 벽을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바로 주부가 아니던가?

가족을 떠나 친구와 훌훌 여행을 하는 꿈을 꾸기도 하고
동성보다는 또다른 신비감을 가져다주는 이성의 친구와
사랑스런 데이트도 꿈꾸어 보구..
집에서 부대끼는 한 아녀자가 아닌 사회적으로 성공과 부를
함께 느껴보는 캐리어우먼의 화려한 삶을 꿈꾸어보기도 한다.

하지만..현실은 막막하다.
모처럼 친구와 여행을 하려고 계획을 했다 쳐도
시댁경조사나 아이나 남편일로 무산되기도 한다.
이성친구? 말이 좋아 이성친구지....차한잔이나 전화통화몇번해도
울 영감의 정서에는 영 개운치 않다.

그래서 나는 이모든것들이 현실로 다가와 막막해질때는
웃기는 반란을 시도하기도 한다.
노랑머리로 염색을 하기도하고
마구 헤진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싸돌아 댕기기도 한다.

아줌마가 주책이지...헤진바지를 입어?
하고 내게 말했다가는 난 또 그사람을 총으로 쏘고 싶어질는지도
모른다.
결혼하고 몇해를 애키우느라 거의 외출을 하지 못했다가
어쩌다 명동이나 종로를 나가면
내 고향간것같은 기분이 들때가 있었다.
이젠 조용한 시골이 좋지만....

가끔은 아줌마의 삶에 지쳐 막막할때는
꼴리는 대로 옷을 주워입고 거리를 쏘댕긴다.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영원히 내것이지 못할것 같은 쇼윈도의 명품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은 아줌이 되어있는 친구를 불러내고
그녀와 차한잔 홀짝이다 보면
내가 앉아 있는 자리가 거북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또 귀가본능에 시달리는것이다.
저녁노을만 보아도 나는 귀가본능으로인해
집이 아니면 자리가 거북해지는것이다.
병처럼 찾아오는 내 반란은
결국 식구들의 저녁한끼정도를 해결해주지 않는것으로
끝나고 만다.

돌아가서 다시 앞치마를 차고 밀린 집안일을 버릇처럼
헤치우는 내 모습이 되어버리지만
나는
항시 반란을 꿈꾸며 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