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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와 아동 성범죄자들의 처벌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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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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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BY 雪里 2002-01-14


아침 일찍 그이와 같이 가게엘 나왔다.
그이가 장례식장엘 가야하기때문에.

가게 앞에서 빵집을 하던 분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저께 저녁에는 둘이서, 엊저녁에는 그이 혼자서,
문상을 다녀왔다.
오늘은 오전 아홉시에 발인을 하니 그전에 도착해야
한다며 서둘러 나온것이다.

어른들을 세분이나 책임지고 있는 나로선
이런일이 있을때마다 생각나는게 많다.
금년에 팔순을 맞으신 시아버님, 한살 적으신 시어머님,
그리고 두살 아래이신 친정 엄마.
외아들인 그이도 가끔씩 그런 얘기가 나오면
해가 갈수록 걱정이 되는 눈치다.

다른 잔치야 미리 준비하고 마음먹고 치루는 일이라
년년으로 몇건을 치루어도 걱정이 안되었는데,
이런일은 생각만 해도 걱정이 앞선다.

같이 문상을 다녀 오던날 차안에서
그이의 내심을 살짝 엿보았다.

"자기! 나중에 , 나중에 말야, 어른들 돌아가시면 어디서
장례를 치룰거예요?"
"글쎄, 요즘들은 집에서들 안하고 저렇게 하는것 같던데
저건 집 놔두고 좀 그렇지?"

아주 보수적인 남편의 속을 알고 있는 나는,
기회에 조금씩 입력(?)을 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내가 이렇게 시원찮고 또 집은 삼층에 있는데 어떻게
집에서 번잡스럽게 한대요? 빵집 아줌마 얘기론 바카스 한병도
못사오게하고 모든걸 준비해 준다고 아주 편하다고 하던데요?"
"글쎄, ..."

더이상은 얘기하지 않았다.
아직은 건강하게 잘계시는 분들을 놓고 미리 이런얘기 하는게
왠지 죄를 짓는거 같아서.

지금도 며느리방에 이불깔아 주시며
며느리 먹는보약 데웠다가
식후에 가위로 끝 잘라다, 먹으라고 내미시는 내 시아버님.
그냥 이정도로만 사시다가 먼나라 가셨으면 좋으련만.

나중에, 아주나중에까지,
지금만큼만 건강 유지하고 계시다가 두분 얼마 차이나지 않는
기간 두고 함께 먼여행길 가셨으면...

너무 오래 사시며 자식들 고생시켜서
호상이라며 상주중 어느하나도 눈물 흐른자국 없어
방문한 내가 겸연쩍던 그런 일이, 절대로 내겐
생기지 않길 바라며
나의 이 이상스런 바램을 누구에게라도 들킬까봐
조금은 조심 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