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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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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담고 왔습니다


BY 솔밭 2002-01-14

토욜에 시어머님이 고추장 담그자고
딸들과 며느리들을 호출하셔서 가보니
미리 빻아논 고운 고추가루와 고추장 메주가루,찹쌀가루,식혜
집간장,물엿,소금등 진열된 재료들을 보며
참 손이 많이 간다는걸 첨으로 알았습니다

찹살가루를 뭉쳐서 끓는물에 띄워 익어지면
큰다라이에 놓고 나무주걱으로 으깨서
여러가지 재료들을 골고루 섞은다음 휘휘젓는데
어머님은 눈때중으로 대충 하시는것 같지만
우리들에겐 그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더라구요

번갈아가면서 젓는데도
량이 차츰차츰 많아질수록 젓는손에 힘이풀리고
골고루 섞여야지만 좋은 맛을 낼수있는데
역쉬나 막내인 저는 기술 부족으로 금새 주걱을 빼았겼습니다

손이 여럿이라서 금새 만들어진 윤기나고 고운 고추장을 보면서
올 한해도 고추장속에 묻힐 고기들과 야채들을 생각하며
입맛이 저절로 다셔지고
삭지 않았어도 금방 밥 한술 비벼도 될만큼
맛깔스런 고추장을 만들었습니다

울 어머님께서는 당신 생전에는 결코 자식들에게
장을 사먹게 할수없다는 호된 고집에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고루하다고 여길지 몰라도
저는 그런 어머님의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젠 연로 하셔서 혼자 하시지 못하고
우리들을 부르시는데
그것도 귀찮지 않음은
아마도 당신이 이세상에 안계실때는
시누와 올케가 함께모여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오손도손
장을 담구며 옛일을 추억하고 우애를 다지라고 미리서
연습을 시키시지 않나하는 생각을 나름대로 해봅니다